1. 서 론
2. 자료 및 방법
수치모델 및 입력 자료
제주도 근접 태풍의 강도 변화 및 사례 선정
3. 결 과
수치모델 검증
제주도 한라산으로 인한 태풍의 진로 변화
제주도 한라산으로 인한 태풍의 강도 변화
한라산 지형효과 실험에서 대기-해양 상호작용의 영향
5. 요약 및 결론
1. 서 론
수온 지구상에서 가장 파괴적인 자연재해 중 하나인 태풍은 해양으로부터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발생부터 소멸까지 해양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한다(Emanuel 1999; DeMaria and Kaplan 1994; Jeon et al. 2022; Yang et al. 2022). 지난 20여년 동안 관측 및 수치모델의 기술 발달과 더불어 태풍과 해양의 상호작용의 이해와 개선은 태풍의 예측기술을 크게 향상시켰다(Rogers et al. 2006). 그러나 급격히 발달(rapid intensification) 또는 쇠퇴하는 태풍의 경우 아직도 그 예측 오차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태풍이 이동하는 동안 높은 지형을 만날 경우, 태풍의 강도 및 진로의 변화가 심해져 예측이 더욱 어려워진다(Chang et al. 1993). 따라서 태풍이 높은 지형을 만났을 때 태풍의 반응과 영향에 대한 연구는 태풍 예측기술 향상을 위해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가 되어왔다.
지금까지 지형이 태풍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는 대부분 비교적 강한 태풍의 영향을 받고 높은 산맥이 있는 대만에서 많이 이루어졌다. 태풍은 대만을 통과할 때 대만 동부에 위치한 높은 산맥의 영향을 받아 태풍의 크기, 강도, 진로 그리고 이동속도가 급격하게 변화한다(Chang et al. 1993; Wu 2001). Chou et al. (2011)은 2000–2010년 동안 위성자료를 사용하여 필리핀과 대만을 통과한 태풍 사례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태풍이 지형에 접근 및 이탈하면서 태풍의 눈벽 크기와 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고하였다. Wu et al. (2003)는 필리핀에 상륙 후 대만에 접근한 1998년 태풍 제브(Zeb)를 수치모델을 이용하여 Chou et al. (2011)의 관측 결과와 유사한 눈벽의 크기 변화를 재현하고 그 기작을 밝혔다. Yeh and Elsberry (1993)는 대만의 높은 산맥으로 인해 남쪽에서 진입하는 태풍은 북쪽으로 편향되고 북쪽에서 진입하는 태풍은 남쪽으로 편향됨을 보고하였다. 대만의 지형을 제거한 수치실험을 통해서 태풍의 진로뿐 아니라 강도, 구조 그리고 강수도 대만의 높은 산맥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Chih et al. 2015; Ge et al. 2010; Jang and Chun, 2013; Wang et al. 2013; Wu et al. 2002).
우리나라도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기 이전에 제주도 한라산의 높은 지형을 가까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태풍이 이러한 지형을 지나면서 어떤 영향을 받는 지를 밝히는 것은 한반도 상륙 태풍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주도 한라산이 한반도에 접근하는 태풍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일부 문헌에서 한라산이 태풍의 길목에 우뚝 서서 내륙 지방을 지켜주는 수문장의 구실을 하고 있다. 따라서 영남과 호남의 곡창지대는 한라산이 태풍의 방파제 구실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였으며, 만일 한라산이 없었다면 이 지역의 벼농사가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 주장하였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1991). 이러한 주장은 제주도와 유사한 대만을 지나는 태풍이 강도, 진로, 구조가 크게 변화되었다는 기존 연구들(Tang and Chan 2014; Yeh and Elsberry 1993)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저위도에 위치한 대만과는 다르게 한반도에 상륙하는 태풍은 비교적 약한 강도를 유지하고 지형의 규모도 대만 동부의 산맥에 비해 작아 지형이 태풍에 미치는 영향이 대만의 경우와 다를 수 있다.
지금까지 선행연구에서는 대기모델만을 사용하여 지형이 태풍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였다. 그러나 대기모델만을 사용할 경우 태풍-해양 상호작용을 정확하게 모의하기 어렵다. 특히, 태풍 시기 해양에서 수직혼합과 용승으로 인해 발생하는 해수면 냉각의 효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태풍의 강도 변화를 현실적 고려하기 힘들다(Chen et al. 2007; Yalblonsky and Ginis 2012; Zambon et al. 2014; Wu et al. 2018; Kim et al. 2021; Yang et al. 2022). 한 예로 Kuo et al. (2018)에서는 2011년 쿠로시오 해류 위를 통과했던 태풍 난마돌(Nanmadol)을 대기모델만을 사용한 것과 대기-해양 접합모델을 사용한 결과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 접합모델을 사용한 경우 태풍과 쿠로시오 해류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해수면 냉각을 제대로 모의하여 태풍의 강도를 더욱 현실적으로 모의할 수 있었다. 따라서 지형이 태풍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실험에서도 지형에 의해 변화된 바람장은 해양의 혼합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해수면온도의 변화를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태풍의 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태풍-해양 결합 모델을 통해서만 설명이 가능하다.
본 연구에서는 대기-해양 접합모델을 사용하여 기존에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던 제주도 한라산이 한반도로 북상하는 태풍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 조사하였다. 한라산의 지형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한라산의 지형 고도를 변화시키는 민감도 실험을 수행하였다. 이를 통해 한라산의 지형이 태풍의 진로 및 강도에 미치는 영향을 해양-대기 상호작용 효과를 고려하여 조사하였다.
2. 자료 및 방법
수치모델 및 입력 자료
본 연구에서 사용된 모델은 Coupled Ocean-Atmosphere-Wave-Sediment Transport (COAWST)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COAWST는 Regional Ocean Modeling System (ROMS) 해양모델, Weather Research Forecasting (WRF) 대기모델, Simulating Waves Nearshore (SWAN) 파랑모델, Community Sediment Transport Modeling System (SCTMS) 퇴적물모델로 구성되어 있으며, Model Coupling Toolkit (MCT) 커플러를 통해 각 모델의 요소들이 교환된다(Warner et al. 2010). 본 연구에서는 COAWST 시스템 중 대기와 해양모델인 WRF와 ROMS만 접합된 모델을 사용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접합모델에서 WRF는 ROMS로부터 해수면온도(Sea Surface Temperature, SST)를 대기-해양 경계값으로 받으며, ROMS는 WRF로부터 바람, 기압, 상대습도 등 다양한 기상요소를 받아 모델을 수행하게 된다. 접합모델은 태풍 시기에 대기-해양 상호작용을 연구하기 위해 널리 사용된다(Chen et al. 2007; Yalblonsky and Ginis 2012; Zambon et al. 2014; Kuo et al. 2018; Wu et al. 2018; Yang et al. 2022).
접합모델에 사용된 대기모델 WRF는 National Center for Atmospheric Research (NCAR)에서 개발된 중규모 기상 모델로 사용 목적에 따라 현업용에 사용되는 Nonhydrostatic Mesoscale Model (NMM) 버전과 연구에 사용되는 Advanced Research WRF (ARW) 버전으로 나뉜다. COAWST 시스템에서는 WRF 모델 중 ARW 버전을 사용한다. ARW은 완전압축성(fully-compressible), 비정수계(non-hydrostatic) 오일러 지배 방정식으로 구성되며 지배 방정식은 플럭스의 형태로 보존 속성의 변수들을 계산한다(Skamarock and Klemp 2008; Warner et al. 2010). WRF 모델의 물리과정은 미세 물리(microphysics), 적운 모수화(cumulus parameterization), 지면 표층 모델(land surface model), 행성 경계층(planetary boundary layer), 대기복사 모수화(radiation)로 구성되어 있다. WRF에 사용된 물리과정은 미세물리 과정의 경우 Microphysics-WRF Single-Moment (WSM) 6-class scheme, 행성 경계층 과정은 Yonsei University Scheme, 그리고 적운 모수화는 Kain-Fritsch Scheme을 사용하였다.
접합모델에서 사용된 해양모델 ROMS는 3차원의 원시방정식을 사용한 해양 순환 모델로 러트거스 대학교(Rutgers University)에서 개발된 모델이다. 3차원 모델 ROMS는 태풍에 의한 지역 규모의 해수의 유동 및 수송을 모의할 수 있으며 수직난류혼합(vertical turbulent mixing)과 용승(upwelling) 그리고 수평 이류과정(horizontal advection)을 모의할 수 있어 많은 연구에서 사용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정역학 근사와 부시네스크(Boussinesq) 근사를 적용한 원시 방정식을 사용하여 해수의 유동 및 수송 과정을 계산하였으며, 수직 혼합은 Generic Length-Scale (GLS) k-omega 방법을 사용하였다(Menter 1992; Moore et al. 2011).
WRF에 사용된 초기장 및 경계장 자료는 미국 국립환경예보센터(National Centers for Environmental Prediction, NCEP)의 Final (FNL) Operation Global Analysis 0.25° 자료를 사용하였다. NCEP의 FNL 자료는 재분석 바람장 속에 모의된 태풍에 대해 크기 및 강도를 보정하고 중심위치를 조정(vortex relocation)하는 소용돌이 초기화(bogussing) 기법이 적용된 자료로 태풍의 위치 및 강도를 보다 현실적으로 모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ROMS의 초기장 및 경계장으로 사용된 Hybrid Coordinate Ocean Model (HYCOM) 자료는 Global Ocean Data Assimilation Experiment (GODAE)의 일환으로 Naval Research Laboratory (NRL)에서 개발하여 제공하는 3차원 수온, 염분, 해류, 해수면고도 자료이다. 자료의 수평해상도는 1/12°이다. 본 연구에서는 ROMS 모델에 조석을 고려하기 위하여 토펙스 포세이돈(TOPEX POSEIDON) 7-Atlas자료를 사용하여 총 8개의 분조(M2, S2, N2, K2, K1, O1, P1, Q1)를 고려하였다. 추가적으로 수행한 비접합모델(WRF 단독모델) 실험에서는 초기장에 사용된 해수면온도를 모델수행 기간 동안 고정하여 사용하였다.
제주도 한라산 지형이 태풍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상세한 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제주도가 포함된 고해상도의 도메인 설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USGS 30초 지형자료를 사용하여 태풍의 구조를 보다 현실적으로 모의할 수 있도록 수평해상도 5 km의 고해상도 단일 도메인을 구성하였다. WRF와 ROMS의 도메인은 동일하며, 영역은 태풍이 한반도에 근접 및 상륙하기 전까지 충분히 발달할 수 있도록 도메인을 설정하였다(Fig. 1).
태풍에 대한 지형의 민감도 실험을 위해 WRF 모델의 입력 지형자료를 변화시킨 세 가지 실험(Reduced, RED; Control, CTL; Enhanced, ENH)을 구성하였다(Fig. 2). RED 실험은 제주도의 모든 지형을 1 m로 설정하였고, CTL 실험은 제주도의 실제 지형을 사용하였으며, ENH 실험은 CTL 실험에 비해 지형을 두배 높여 사용하였다. 태풍이 제주도를 통과하면서 발생하는 지형 효과는 CTL 실험과 RED 실험의 차이를 통해 분석하였으며, 그 외 ENH 실험과 RED 실험의 차이를 통해 지형에 의한 영향이 증가된 효과를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모델의 구성은 Table 1에 정리하였다.
Table 1.
제주도 지형이 태풍 진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Kurihara filter (Kurihara et al. 1993)를 사용하여 태풍의 회전성분이 제거된 배경바람장을 추출하였다. Kurihara filter는 태풍의 위도와 경도 방향으로 Smoothing하여 태풍의 회전성분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제주도 근접 태풍의 강도 변화 및 사례 선정
제주도의 지형이 태풍의 강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1983년부터 2020년까지 한반도에 접근한 태풍과 제주도를 가까이 통과한 태풍 사례를 조사하였다. 이를 위해 먼저 3시간 간격으로 제공되는 IBTrACS v4 (JTWC) 자료를 1시간 단위로 내삽한 후에 위도 34.5–38°N와 경도126.5–129.5°E범위를 통과한 한반도 접근 태풍과 제주도 한라산을 100 km 이내로 통과한 태풍을 조사하였다(Fig. 3). 조사기간 동안 제주도를 100 km 이내로 통과한 태풍은 총 27개가 있었고, 그 중 한반도에 접근한 태풍은 총 20개로 나타났다. 20개 사례에 대한 태풍의 강도 변화 특성은 제주도에 가장 근접한 시간을 기준으로 ±6시간 동안의 변화를 분석하였다.
태풍이 제주도의 한라산을 가까이 통과하면서 평균적으로 최대풍속이 12시간 동안 평균 5.96 m/s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풍이 제주도를 좌측으로 통과한 사례와 우측으로 통과했던 사례(각각 10개씩 나누어짐)를 나누어 분석한 결과(Table 2), 우측으로 통과한 사례에서 최대풍속은 더 많이 감소하였다(좌측 통과 경우 평균 4.65 m/s, 우측 통과 경우 평균 7.28 m/s 감소함). 조사기간 동안 2016년 18호 태풍 차바 사례에서 13.38 m/s의 가장 큰 감소가 나타났고, 2003년 14호 태풍 매미(12.86 m/s 감소)와 2007년 11호 태풍 나리(10.29 m/s 감소)가 그 뒤를 이었다. 특징적으로 10 m/s 이상의 최대풍속 감소는 모두 강한 태풍이었으며, 태풍이 한라산의 우측을 통과할 때 주로 발생하였다.
Table 2.
제주도를 가까이 통과한 태풍의 약화는 제주도의 지형효과 이외에도 경로 상의 해수면온도 하강, 대륙의 건조공기 유입, 수직바람시어(vertical wind shear) 증가 등의 다양한 환경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또한 태풍의 현재 강도, 이동속도, 크기 등과 같은 태풍 자체의 특성도 강도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따라서 단순한 통계분석 결과만으로는 제주도의 지형이 태풍 약화에 기여하는 정도를 추정할 수 없다. 또한 제주도 우측 통과 태풍이 더 많이 약화되는 이유도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측 통과 태풍의 더 큰 약화는 우측 통과 태풍이 일반적으로 강도가 더 센 경향이 있고(Moon and Kwon 2012; Table 2 참고), 센 태풍이 북상하면서 더 많은 강도 변화를 겪을 수 있다는 점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제주도의 지형효과에 의한 태풍의 정량적인 강도 변화는 수치실험을 통해 구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제주도 좌측과 우측을 통과한 태풍을 구분하여 수치실험을 수행하였다. 좌측을 통과한 태풍은 비교적 최근에 통과했으며 최대풍속의 변화가 두 번째로 크게 나타난 2018년 19호 태풍 솔릭(Soulik)으로 선정하였고, 우측을 통과한 태풍은 최대풍속의 변화가 가장 크게 나타났던 2016년 18호 태풍 차바(Chaba)로 선정하였다.
3. 결 과
수치모델 검증
선정된 두 태풍에 대해 수치모델의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CTL 실험에서 모의된 진로를 최적경로(best track) 자료와 비교하였다(Fig 4). 먼저 제주도 한라산을 좌측으로 통과한 솔릭 사례를 보면, 상륙 위치는 실제보다 동쪽으로 약간 편향되었지만(Fig. 4a의 사각형 기호와 검정색 실선 비교), 태풍이 8월 23일 06시(UTC)에 제주도의 서쪽까지 북상할 때까지 모델의 이동경로는 관측과 잘 일치하였다. 제주도 한라산을 우측으로 통과한 차바 사례에서도 모델의 이동속도가 관측보다 다소 빨랐지만 진로는 전 기간동안 관측과 비교적 잘 일치하였다(Fig. 4b).
모델의 강도 모의 성능은 태풍의 중심기압을 이용하여 먼저 비교하였다(Fig. 5). 솔릭의 경우 태풍이 북상하면서 약화(중심기압이 증가)되는 양상을 모델이 전 기간동안 잘 모의하였다(Fig. 5a의 사각형 기호와 검정색 실선 비교). 차바의 경우도 10월 4일 06UTC까지는 태풍 강도를 과소모의(중심기압을 높게 모의)를 하였지만, 태풍이 제주도에 근접한 시기에 그 차이는 감소하였다(Fig. 5b). 이 결과는, 비록 모델이 관측과의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모델이 두 태풍의 이동경로와 한반도에 접근하면서 약화되는 경향을 잘 모의하고 있고, 특히 제주도 통과 시기에 진로와 강도는 관측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다음 절에서 제주도 지형을 변화시키는 수치실험을 수행하는 데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사료된다.
제주도 한라산으로 인한 태풍의 진로 변화
제주도 지형에 의한 태풍의 진로 변화는 실제 지형을 사용한 실험(CTL)과 한라산을 제거한 실험(RED)을 비교함으로써 추정할 수 있다. 두 실험으로부터 모의된 태풍의 진로를 비교하면, 제주도 좌측과 우측을 통과한 두 태풍 솔릭과 차바의 사례에서 모두 CTL과 RED 실험 간에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Fig. 4의 검정과 파란색 선 비교). 이것은 대만 지형이 태풍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 연구(Tang and Chan 2014; Wu et al. 2015) 결과와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는, 제주도 한라산의 높이는 1,950 m인 것에 비해 대만의 가장 높은 산인 옥산은 3,950 m이고, 제주도는 단일 산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대만은 3,000 m를 넘는 산이 200개 이상 존재하고 이 산들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형태이므로, 제주도와 대만의 지형 크기와 높이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사료된다.
만약 제주도의 한라산이 지금 높이의 두 배가 된다면 태풍의 이동 경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제주도 지형을 두 배로 높인 ENH와 한라산을 제거한 RED 실험 결과를 비교하였다(Fig. 4의 빨강과 검정색 선 비교). 그 결과, 한라산을 좌측으로 통과한 솔릭 사례에서 진로가 차이가 나타났다. 즉 ENH 실험에서 진로가 동남쪽으로 이동하면서 한반도 상륙 위치가 남해안으로 바뀌었다(Fig. 4의 빨강색 선). 한라산을 우측으로 통과한 차바에 대한 실험에서는 진로의 차이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제주도의 지형에 따라 태풍의 진로가 변화되는 원인을 분석하기 위하여 태풍의 하층과 중층 대류권을 모두 포함하는 200–850 hPa의 지향류를 평균한 후 Kurihara filtering을 사용하여 태풍의 회전성분이 제거된 배경지향류를 산출하여 두 실험의 차이를 구하였다(Fig. 6). 분석결과, 솔릭과 차바에서 모두 CTL 실험과 RED 실험의 배경지향류 차이가 크지 않았다. 명확한 배경지향류의 차이는 솔릭 시기에 ENH 실험과 RED 실험의 차이에서만 나타났다. 이 경우에 두 실험의 배경지향류 차이를 보면 제주도를 포함한 인근 지역에서 북서 방향의 바람 편차가 태풍이 제주도를 지나가는 동안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ENH 실험에서 솔릭의 진로가 남동 방향으로 치우쳐 나타난 것은 이러한 지향류 차이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사료된다.
차바의 경우는 솔릭과는 달리 ENH 실험에서도 진로가 거의 바뀌지 않은 원인은 무엇일까? 첫번째 가능한 이유는 차바의 이동속도가 매우 빨랐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태풍 차바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면서 상층 제트의 영향으로 제주도 근처를 통과할 때 시속 40–50 km 속도로 빠르게 북동진하였다(Fig. 7b). 즉, 이 시기에 지향류의 흐름이 매우 강했기 때문에 한라산 지형의 영향이 지향류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태풍 솔릭은 제주도 근처에서 시속 15 km 속도로 매우 느리게 이동하였다(Fig. 7a). 따라서 강한 지향류가 없이 느리게 이동하는 상황에서 한라산 지형에 의한 영향은 태풍의 이동 경로에 더 크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두번째 이유는 태풍 솔릭의 이동방향과 관련이 있다. 태풍 차바는 제주도를 지날 때 북동 방향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제주도의 북동-남서 방향의 길쭉한 형태를 고려했을 때, 태풍의 바람이 제주도의 지형과 부딪히는 면적이 상대적으로 작아 지향류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태풍 솔릭의 경우 제주도에 접근할 때 북서 방향으로 이동하였기 때문에 태풍의 바람이 제주도의 길쭉한 면에 직각으로 불면서 제주도의 지형과 부딪히는 면적이 상대적으로 더 컸고, 이것은 결국 더 큰 지향류의 변화에 기여했을 것이다.
제주도 한라산으로 인한 태풍의 강도 변화
제주도 한라산이 북상하는 태풍을 약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실제 지형을 사용한 실험(CTL)과 한라산을 제거한 실험(RED)의 강도 차이를 비교함으로써 추정할 수 있다(Fig. 8). 분석결과, 두 태풍 모두 한라산으로 인해 태풍의 중심기압이 최대 2 hPa 증가하였다(Fig. 8a and c의 검정색 선). 태풍의 약화는 솔릭의 경우 제주도에 근접했을 때 최대였지만, 차바의 경우 제주도 통과 후 6시간 뒤에 최대였다. 태풍의 중심기압은 한라산을 지나면서 거의 모든 기간에 증가(즉 태풍 약화) 하였지만, 흥미롭게도 최대풍속은 증가와 감소가 함께 나타났다. 즉, 솔릭의 경우 제주도에 근접하기 10시간 전부터 풍속이 1 m/s 증가한 후에 제주도를 지나면서 1 m/s 감소하였고, 차바의 경우 제주도 근접 시기(최고 근접 ±6시간 이내)에는 풍속이 최대 3 m/s까지 증가한 후에 약 12 시간이 지난 후에 최대 5 m/s까지 감소하였다(Fig. 8b and d). 태풍이 한라산에 접근하면서 도리어 풍속이 강해지는 것은 태풍 전반부에서 바람이 한라산 지형때문에 수렴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Wu et al. 2015). 이 결과는 한라산으로 인해 태풍은 전반적으로 중심기압 측면에서는 강도가 약해졌지만, 시기에 따라서는 풍속이 도리어 더 증가하는 곳도 나타날 수 있음을 제시한다.
한라산의 높이를 두 배로 올린 실험에서는 실제 지형을 사용한 것보다는 좀 더 큰 중심기압의 변화(솔릭의 경우 최대 5 hPa 그리고 차바의 경우 3 hPa의 증가)가 나타났다(Fig. 9a and c). 최대풍속의 경우 ENH 실험에서 제주도 통과 후 더 큰 감소(솔릭의 경우 최대 3 m/s 그리고 차바의 경우 6 m/s의 감소)가 나타났다(Fig. 9b and d). 한편, 솔릭의 경우 8월 23일 15시에 최대풍속이 3 m/s 증가한 것은 지형의 직접적인 영향이 아닌 ENH 실험에서 태풍 진로가 남동쪽으로 이동하여 이 시점에 육지가 아닌 연안에 태풍이 상륙했기 때문이다(Fig. 9b).
태풍의 풍속 변화를 좀 더 자세히 분석하기 위해 두 태풍에 대해 수치모의 기간 동안 각 격자점에서 나타난 최대풍속 분포(swath)를 구하여 CTL과 RED의 차이 그리고 ENH와 RED의 차이를 구하였다(Fig. 9). 한라산을 좌측으로 통과한 솔릭의 경우(Fig. 9a–c), CTL과 RED의 풍속 차이는 크지 않았다. 즉, 제주도 근처에서 앞서 설명한 지형으로 인한 바람의 수렴현상으로 CTL의 풍속이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에서는 양과 음의 값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한라산이 풍속의 약화에 기여한 것인지 판단하기 힘들다(Fig. 9b). 반면, ENH 의 경우에는 한반도를 포함한 대부분의 지역(특히, 태풍 이동 경로의 좌측 그리고 제주도 통과 후에 넓은 지역)에서 풍속의 감소가 뚜렷이 나타났다. ENH에서는 제주도 근처에서 한라산으로 인한 수렴현상으로 풍속의 증가가 더 뚜렷이 나타났다(Fig. 9c). 이러한 풍속의 증가는 표층뿐 아니라 상층까지도 이어져 있었다(Fig. 10b). 실제로 태풍 중심에서 한라산까지 모든 고도에서 ENH 실험에서 풍속이 증가하였고, 나머지 지역은 반대로 풍속이 감소하였다. CTL실험에서도 한라산으로 인한 태풍 중심 부근의 풍속 증가가 잘 나타났다(Fig. 10a). 그러나 태풍이 한란산을 통과한 후에는 수렴현상이 사라지면서 태풍 약화로 인한 전반적이 풍속의 하강이 모든 지역에서 나타났다(Fig. 10c and d).
한라산을 우측으로 통과한 차바의 swath 그림을 보면(Fig. 9d–f), CTL과 ENH에서 모두 RED에 비해 한라산을 통과한 후에 전체적으로 풍속의 감소가 뚜렷이 나타났다. 특히, 태풍이 동해에 도달하였을 때 한라산으로 인한 풍속 감소가 두 실험에서 모두 뚜렷이 보인다. 그러나 태풍 차바에서 나타났던 제주도 근처에서 수렴으로 인한 풍속의 증가는 두 실험에서 모두 명확이 나타나지 않았다(Fig. 9e and f). 이것은 차바의 경우 진로가 한라산에 더 가까이 근접하여 통과하였기 때문에 솔릭에 비해 지형에 의한 수렴의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사료된다. 바람의 수직단면을 보면 태풍 차바가 한라산에 접근하는 시기에 눈벽의 강한 바람이 한라산 영향으로 모든 고도에서 급격히 감소되었으며(Fig. 10e and f), 태풍이 한라산을 통과한 후에는 이러한 풍속 하강이 더 넓은 지역에서 나타났다(Fig. 10g and h).
한라산 지형효과 실험에서 대기-해양 상호작용의 영향
제주도 근해는 태풍 통과 시기에 황해저층냉수와 따뜻한 표층수의 수직혼합으로 해수면온도 하강이 강하게 발생하는 지역이다(Moon and Kwon 2012; Park et al. 2019). 태풍 솔릭의 경우에도 이동경로를 따라 최대 8oC의 강한 해수면온도 하강이 나타났다(Fig. 11a). 특히 태풍의 이동 경로를 따라100 km 반경 내의 해수면온도를 평균한 시계열을 보면, 솔릭이 제주도에 가장 접근하기 직전에 가장 강한 해수면 냉각(최대 3oC)이 발생하였다(Fig. 12a, 여기서 해수면 냉각은 현재의 해수면온도와 초기장의 해수면온도의 차이임). 이 시기의 강한 해수면온도 하강은 한라산 지형에 의해 우회한 바람이 수렴되면서 증가된 풍속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CTL과 RED 실험에 대해 해수면 냉각의 차이를 구해본 결과(Fig. 12b), 한라산으로 인해 수렴된 바람의 증가는 초기에는 남풍의 강화로 따뜻한 물이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태풍 전반부에 수온 증가를 유발한 후에 8월 23일 7시에 최대 0.5oC의 해수면온도 하강이 발생하였다. 이 시기는 Fig. 12a에서 해수면온도의 최대 하강이 발생한 시기 그리고 Fig. 8b에서 풍속의 증가가 발생한 시기와 일치한다. 이것은 수렴으로 강화된 태풍 바람이 해수면온도를 더 하강시켰고, 이는 궁극적으로 태풍의 추가적인 약화에 기여한 것으로 사료된다. 이러한 태풍-지형-해양의 상호작용 결과는 대기모델만을 사용한 기존의 연구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사실이다.
태풍이 유발한 해수면 냉각이 태풍의 강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하여 태풍 솔릭에 대해 CTL과 RED의 강도 차이를 접합모델과 비접합모델(WRF 단독모델)을 사용하여 구하였다(Fig. 12c). 그 결과, 해양(ROMS)을 접합하지 WRF 단독모델에서는 한라산으로 인한 중심기압의 감소가 뚜렷하지 않았지만(비접합모델의 경우 최대 1 hPa의 중심기압 상승만 발생함, Fig. 12c의 빨간색 선), 접합모델의 경우 한라산의 직접적인 효과 이외에도 간접적인 해수면온도 하강 효과로 인해 중심기압이 비접합모델 보다 두 배 더 상승했다(Fig. 12c의 파란색 선). 특히, 중심기압의 상승이 발생한 시기는 해수면온도의 하강 시기와 일치하였다.
5. 요약 및 결론
일반적으로 태풍은 높은 산이 있는 곳을 가까이 통과할 경우, 지형 효과로 인해 태풍의 진로와 강도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제주도의 한라산이 한반도에 접근하는 태풍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추측은 있었지만, 이에 대한 상세한 연구는 없었다. 선행연구에서는 비교적 강한 태풍의 영향을 받고 높은 산맥이 있는 대만 지형(최고 해발고도 3,952 m)에서 많이 진행되었다. 제주도의 한라산(해발고도 1,950 m)은 대만의 지형보다 2,000 m 이상 낮고, 이곳을 지나는 태풍의 강도 역시 큰 차이가 있다. 또한 선행연구에서는 주로 대기모델만을 사용하여 지형효과가 태풍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였다. 그러나 대기모델만을 사용할 경우 정확한 태풍-해양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지 못해 태풍의 강도 모의가 비현실적으로 될 수 있다. 또한, 지형효과로 태풍의 강도가 변화할 경우, 이것은 해양의 수직혼합과 용승으로 인해 발생하는 해수면 냉각에 다시 영향을 미쳐 지형효과 자체가 바뀔 수도 있지만, 대기모델만을 사용할 경우 이러한 과정이 무시된다. 본 연구에서는 해양(ROMS)과 대기(WRF)가 결합된 모델을 사용하여 제주도 한라산이 태풍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였다. 이를 위해 제주도 좌측과 우측을 통과한 2018년 태풍 솔릭과 2016년 태풍 차바에 대해 한라산의 최대 고도를 실제와 동일하게 설정한 실험, 한라산을 제거한 실험, 그리고 한라산 고도를 두 배 높인 실험을 수행하여, 각 실험에 따른 태풍의 진로와 강도 변화를 조사하였다.
수치실험 결과, 두 태풍 모두 한라산이 태풍의 진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것은 한라산의 높이와 규모가 태풍 진로에 영향을 미칠만큼 크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태풍 강도의 경우, 중심기압 측면에서는 두 태풍이 모두 한라산으로 인해 약화되었지만(중심기압이 최대 2 hPa 증가함), 최대풍속 측면에서는 증가와 감소가 함께 나타났다(솔릭은 1 m/s 증가한 후에 1 m/s 감소하였고, 차바는 3 m/s증가한 후에5 m/s감소함). 태풍이 한라산에 접근하면서 풍속이 증가한 것은 태풍 전반부에서 바람이 한라산 지형때문에 수렴되어 좁은 지역을 빠르게 지나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비록 수치실험 결과에서 한라산으로 인해 발생한 중심기압 2 hPa와 최대풍속 2–5 m/s의 변화가 나타났지만(한라산의 높이를 두 배로 올린 실험에서도 이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 과연 이 결과로부터 한라산이 태풍의 강도를 약화시켜 우리나라를 지켜주는 수문장 구실을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태풍 관측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최적경로 자료의 최대풍속 최소단위가 5 knot (약 2.5 m/s)이고 위성기반 중심기압 추정 오차도 2–5 hPa 범위임을 고려해야한다(즉 한라산의 효과는 관측오차 범위와 유사한 정도이다). 또한 이와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좌측을 통과한 태풍이 평균적으로 풍속이 4.65 m/s (중심기압으로 환산하면 약 3.4 hPa의 증가) 감소하였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Table 2). 특히, 태풍 솔릭의 경우 수치실험으로 추정된 한라산으로 인한 중심기압 증가(2 hPa)는 제주도 좌측 통과 10개 태풍의 12시간 평균 중심기압 증가량(3.4 hPa)과 솔릭 시기의 중심기압 증가량(10 hPa)의 58%와20%에 해당되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동안 제주도를 가까이 지나간 태풍은 북상하면서 경험하는 해수면온도의 하강, 찬 황해저층냉수와 따뜻한 표층수의 혼합으로 인한 추가적인 해수면 냉각, 그리고 이 지역의 높은 수직바람시어 등의 영향으로 주로 약해진다고 알려져 있었다(Moon and Kwon 2012; Park et al. 2019). 따라서 본 연구 결과는 비록 한라산이 태풍의 강도를 크게 약화시켜 우리나라를 지켜주는 역할까지는 하지 못하지만, 이러한 이미 알려진 태풍의 주요 약화 요인들과 더불어, 이곳을 지나는 태풍의 강도 약화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제시한다.
본 연구를 통해 한 가지 발견한 중요한 사실은 지형이 태풍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때에 대기-해양 접합모델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지형 효과로 인한 바람의 변화는 해양의 수직혼합과 이로 인한 해수면 냉각에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 태풍의 강도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해양-대기 상호작용은 비접합모델(단독 대기모델)에서는 구현할 수 없으며 대기-해양 접합모델에서만 가능하다. 특히 솔릭의 경우 접합모델의 해양-대기 상호작용 효과(즉 해수면 냉각 효과)가 한라산으로 인한 태풍의 강도 약화 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Fig. 12c).
본 연구에서는 제주도의 한라산을 좌측과 우측으로 통과한 대표적인 두 태풍 사례만을 분석하였다. 따라서 본 결과를 태풍에 대한 제주도의 지형 효과를 일반화에는 한계가 있다. 향후 더 많은 사례를 분석한다면 제주도의 지형이 태풍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좀 더 명확히 밝힐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