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2. 군도 제도의 성립 과정
기초 개념: 군도의 유형 및 용어
초기 역사
제3차 UN해양법회의의 군도 제도 성안과 원양군도
3. 남중국해 분쟁과 원양군도 문제
남중국해 현황
2016년 남중국해 판정
남중국해 판정 후 미중 간 논란
전장의 확장: 대륙붕한계위원회 절차에서의 공방
4. 사안의 검토
UN해양법협약과 대륙국가의 원양군도 체제의 양립 가능성
대륙국가의 원양군도 체제에 관한 국가실행 평가
대륙국가의 군도기선 설정의 한계
5. 결 론
1. 서 론
중국의 남중국해 도서영유권과 해역에 대한 주장의 근거는 소위 9단선(九段線, U-shaped line, nine dash line)이다. 중국은 이 선을 근거로 선 내의 모든 지형물과 환초에 영유권을 주장하며 그 인근 수역에서 인공섬, 군사 시설 등 일방적 해양활동을 강화해 왔다. 남중국해는 현재 6개 국가가 도서영유권, 7개 국가가 해양관할권을 주장하는 등 분쟁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중 필리핀은 2013년 1월 중국을 상대로 UN해양법협약(이하 “협약”)1) 제7부속서에 따른 중재재판을 제기하였고, 재판소는 2016년 7월 중국의 해양관할권 주장이 협약에 반하고 이를 토대로 한 해양활동들 역시 위법하다고 최종 판정했다(Arbitral Tribunal constituted under Annex VII to the 1982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2016). 그러나 재판 불참을 선언했던 중국은 현재까지도 결정을 준수하지 않고 있고, 미 국무부는 2024년 7월 남중국해 판정 8주년을 맞아 중국의 판정 준수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Blinken 2024; Lin 2024). 연례행사처럼 반복되어 온 이러한 공방 과정에서 미중 간에는 또 다른 국제법 전쟁이 부각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대상인 동사군도, 서사군도, 중사군도, 남사군도의 4개 도서군(四沙, Four Sha라 부른다)을 둘러싼 기선 문제다. 중국은 이들 네 도서군을 각각 ‘군도(archipelago)’로 간주하여 각 도서군을 둘러싸는 직선기선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9단선으로 둘러싸인 수역 전체에 네 도서군이 창출하는 영해, 배타적 경제수역 및 대륙붕 권원이 미친다는 주장이 성립한다.2)
협약 제4부의 군도 개념은 오로지 “군도국가”(archipelagic State)에 적용될 것을 예정한다. 즉 설령 중국이 남중국해 도서군들에 대해 주권을 보유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중국은 군도로 구성된 군도국가가 아니므로 ‘협약에 근거한’ 군도기선 설정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중국은 협약에 근거하지 않더라도 ‘국제관습법에 따라’ 중국과 같은 대륙국가가 보유하는 원양군도에도 그 바깥점을 연결하는 군도기선과 유사한 직선기선3)을 설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중국 국제법학회는 2018년 5월 남중국해 판정을 비판한 논문을 발간하면서 남중국해 도서군들에 국제관습법에 따른 대륙국가의 원양군도(중국어로는 遠洋群島, 혹은 洋中群島) 체제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CSIL 2018). 중국 정부는 2019년 12월 제출된 말레이시아의 대륙붕한계정보에 대한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Commission on the Limits of the Continental Shelf, 이하 “CLCS”)의 심의에 반대하며 위 주장을 공식화한 외교공한을 UN에 제출했다(PRC 2020; 2021).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중국 주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고(US 2020a), 미 국무부는 2022년 1월 《Limits in the Seas》 제150호 보고서와 그 보충보고서를 공개하며 이에 대한 상세 반박을 제시했다(US 2022a; 2022b). 특히 말레이시아의 대륙붕한계정보를 둘러싼 논란 과정에서 여타 서구국가들 역시 미국 주장에 동참하며 논쟁의 전선은 확장되었다. 2024년 6월과 7월에는 필리핀과 베트남이 남중국해에 대한 대륙붕한계정보를 연이어 제출하며 과거 말레이시아의 정보 제출 당시와 유사한 논란이 되풀이 되고 있다.
이 논란의 핵심은 국제관습법에 따라 대륙국가가 보유한 원양군도에 군도 체제가 인정될 수 있는가, 그러한 국제관습법이 존재할 수 있다면 남중국해의 각 도서군들을 둘러싸는 군도기선 설정이 허용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글은 이 문제들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모색해 본다.4) 우선 논의의 기초로 군도 제도의 성립과정과 제3차 해양법회의 시 원양군도 문제에 대한 논의 경과를 살펴본 뒤, 남중국해 판정 후 이 문제에 관한 미중의 대립 양상을 정리한다. 이어서 원양군도 체제가 협약과 양립할 수 있는지, 국제관습법의 확인 측면에서 현재의 국가실행은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지의 문제를 검토한다. 이를 통해 남중국해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논란을 국제법의 틀에서 조망할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해 본다.
2. 군도 제도의 성립 과정
기초 개념: 군도의 유형 및 용어
“군도”는 일정한 섬의 무리와 대륙의 위치 관계를 기준으로 대륙 연안에 인접한 섬의 무리를 칭하는 “연안군도(coastal archipelago)”와 대륙 연안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바다 한 가운데 위치한 섬의 무리를 칭하는 “원양군도(outlying archipelago)”5)로 나눌 수 있다. 연안군도란 대륙에 인접하고 있는 섬 집단으로, 원양군도는 대륙과 단절된 섬 집단으로 이해될 수 있다. 특히 대륙 연안과 연결하여 직선기선을 설정할 수 있는 섬의 무리에는 연안군도라는 표현을 쓰기에 무리가 없다. 그러나 양자의 구분 기준이 명확한 것은 아니며 실제 그 구분이 곤란한 경우도 있다.6) 한편 군도는 정치적 지위에 따라 그 자체로 독립국가를 구성하는 “독립군도(independent archipelago)”와 국가의 일부인 “종속군도(dependent archipelago)”7)로 나눌 수 있다. 협약상의 군도 개념은 독립군도에 적용된다.
“대륙국가(continental State)”라는 용어도 약간의 명확화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군도국가임을 선언한 국가는 22개국이다. 반면 영국과 일본, 뉴질랜드와 같은 국가는 섬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군도국가임을 선언하지 않았다. 이들의 본섬에서 멀리 떨어진 군도 역시 군도 제도의 논의에 있어 원양군도에 포함된다. 이 국가들을 감안한다면 군도국가에 대비되는 용어로 “대륙국가”라는 표현보다 “비군도국가(non-archipelagic State)”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수 있다(US 2022b). 그러나 “대륙국가”라는 표현이 관행적으로 사용되어 왔고, 본토 국가(mainland State)라는 표현도 종종 사용된다.
초기 역사
헤이그 법전화 회의 등
섬 무리의 단일한 성격을 인정하여 이를 하나의 단위로 취급하는 법제도를 마련할 것인지의 문제는 1930년 헤이그 법전화 회의 당시 섬 무리의 영해를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가의 맥락에서 다루어졌다. 당시 준비위원회가 1929년 작성한 논의의 기초문건 중 영해 항목에는 “섬의 무리가 단일한 국가에 속해 있고 그 무리의 둘레에서 섬들이 영해 폭의 두 배 이상 되는 거리로 이격되어 있지 않은 경우 영해대는 이 집단에 속한 최외곽 섬들로부터 측정되어야 한다. 이 집단 내 포함된 수역은 영해가 된다.”는 문구가 있었다(AJIL 1930). 그러나 당시 회의에서는 이 문제에 관하여 어떠한 규정도 마련하지 못했다.
어업사건 판결과 제1–2차 UN해양법회의
이러한 상황은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이하 “ICJ”)의 1951년 어업사건 판결로 변화를 맞았다. 이 판결은 노르웨이 측 직선기선의 유효성을 인정함으로써 오늘날 직선기선 제도의 효시가 되었을 뿐 아니라 군도 제도의 확립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Kopela 2013; Marcus 2017). ICJ는 이 판결에서 “동부 핀마르크(Finnmark)처럼 해안이 깊게 굴곡이 지거나 잘려 들어간 지역 또는 본 사건에서 문제되는 연안의 서쪽 부분을 따라 있는 샤르고르(skjærgaard)8)와 같이 군도에 의해 경계가 형성된 지역에서 그 기선은 저조점과 독립적으로 기하학적 방식으로 결정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ICJ 1951). 국제법위원회(International Law Commission, 이하 “ILC”)의 1956년 「해양법에 관한 초안 규정」(이하 “해양법 초안”) 제5조 제1항은 이를 반영하여 (i) 해안이 깊게 굴곡이 지거나 잘려 들어가 있어서 혹은 (ii) 바로 인접한 곳에 섬들이 있어서 특별한 제도를 필요로 하는 경우 적당한 점을 연결하는 직선기선 방식이 채용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바로 이 조항에서 직선기선 설정을 위한 두 번째 지형적 요건으로 언급된 ‘인접한 곳에 섬들이 있는 경우’는 본토에 인접한 연안군도에 본토와 연결하는 직선기선 설정이 가능함을 시사했다. 나아가 앞서의 판시는 여기 언급된 기하학적 방식, 즉 직선기선이 원양군도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어느 범위까지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그러나 당시 ILC는 군도의 지리적 상황이 사안별로 너무나 달라 군도에 관한 일반 규정을 마련하진 못했다(UN 1956).
1956년 해양법 초안 제5조는 1958년 제1차 해양법회의에서 채택된 「영해 및 접속수역에 관한 협약」(이하 “영해협약”)9) 제4조에 반영되었다. 당시 제1차 해양법회의에서 인도네시아(UN 1958a), 덴마크(UN 1958c), 유고슬라비아(Yugoslavia 1958), 필리핀(Philippines 1958)은 섬의 무리를 하나의 단위로 취급하거나 이에 직선기선을 적용하는 규정을 두자고 제안했다. 특히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는 1955년과 1957년에 자신의 군도에 직선기선을 설정하여 이로 둘러싸인 수역을 내수로 취급할 것임을 선언했다(Churchill et al. 2022). 하지만 이러한 제안들은 채택되지 못했다. 당시 많은 국가들은 공해에서 자신들이 향유하던 권리에 제약을 받고 싶어 하지 않았다(Kopela 2013). 미국 대표단은 군도 전체에 직선기선이 설정된다면 공해가 영해나 내수로 주장될 것이라고 우려했다(UN 1958b). 군도 사이의 해운항로에서 누리던 항행의 자유에 제약이 초래될 것을 염려했던 것이다(Churchill et al. 2022). 당시 군도 문제에 관심 있는 국가가 적었고 대부분의 군도는 해양강국에 속해 있던 점도 군도 제도에 대한 논의에 제약으로 작용했다(Kopela 2013). 이후 1960년 제2차 해양법회의에서는 군도 문제가 간간히 토의된 수준에 불과했다. 필리핀은 역사적 이유에서 원양군도에 대한 특별한 취급을 주장했고 인도네시아가 이를 지지했다. 그러나 추가 논의는 이루어지지 못했다(Kopela 2013).
제3차 UN해양법회의의 군도 제도 성안과 원양군도
주요 경향
직선기선 제도는 1958년 영해협약 제4조를 거쳐 1982년 협약 제7조에 규정되었다. 아울러 제3차 해양법회의에서는 군도 논의가 새로운 진전을 맞았다. 1960년대 이후의 신생독립국들 중에는 군도로 구성된 국가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군도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어업, 섬 간의 교통통제, 군도의 통합 촉진, 안보, 밀수‧불법이민 방지 등의 이유에서 군도 제도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Churchill et al. 2022). 군도의 해양환경보호, 특히 유조선과 핵추진선박 등에 의한 오염사고 위험도 군도국가들의 주요 관심사였다(Kopela 2013). 이러한 가운데 피지, 인도네시아, 모리셔스, 필리핀 등으로 구성된 군도국가 그룹은 제3차 해양법회의 동안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집단으로 기능했다(Nordquist et al. 1985). 군도국가에 대한 특별한 법적 지위 부여는 거부할 수 없는 대세였다(Kopela 2013).
제3차 해양법회의를 준비하던 해저위원회에는 군도국가에게만 군도 제도를 적용하는 안과 대륙국가의 원양군도에도 적용하는 안이 모두 제시되었다.10) 특히 중국은 군도나 열도가 그 영해한계를 정함에 있어 일체로 취급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11) 1974년 제2회기에 제출된 국가들의 안에서도 두 입장이 모두 확인되었다.12) 1974년 8월 12일 군도 문제를 논의하던 제2위원회 회의기록을 살피면, 호주, 인도, 프랑스, 포르투갈, 에콰도르, 페루, 스페인, 캐나다, 아르헨티나는 대륙국가의 원양군도 체제에 찬성했고, 일본, 불가리아, 태국, 버마, 소련, 파키스탄, 알제리, 터키, 튀니지는 반대하거나 유보 입장을 취했다(UN 1974a). 일본과 소련은 미국, 영국과 함께 해양의 자유를 강조했던 전통적 해양강국이었고, 터키는 섬 지형이 많은 그리스에, 버마나 태국은 인도의 원양군도인 안다만 니코바르 제도에 인접한 국가였다.
이후 1974년 10월 마련된 제2위원회 주요동향 작업문서에는 군도에 관한 제10부 제202조에서 크게 세 가지 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오로지 군도국가에만 군도 규정을 적용하는 안, 둘째는 원양군도를 보유한 국가 역시 군도 규정의 적용을 선언할 수 있도록 하는 안, 셋째는 별도의 선언 없이 군도국가에 적용되는 기선 방식을 대륙국가의 원양군도에도 적용하는 안이었다(UN 1974b). 이를 토대로 도출된 1975년 비공식단일교섭안의 “군도(Archipelagos)” 제하의 제7부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제1절은 제117조부터 제130조에 걸쳐 “군도국가”에 관한 규정을, 제2절은 제131조의 단 한 규정을 통해 “대륙국가에 속하는 해양군도에 관한 규정”을 마련했다(UN 1975). 특히 위 제131조는 “제1절의 규정들은 대륙국가의 영토와 일체를 구성하는 해양군도의 지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13) 하지만 제131조는 이후 1976년 수정단일교섭안에서 삭제되었다(UN 1976). 결국 제131조의 삭제로 인해 군도 제도의 규율대상은 군도국가만 남게 되었고, 이후의 수정안에서 군도 제도의 내용은 오늘날 협약 제4부와 같은 형태로 마련되었다(Kopela 2013; Marcus 2017).
결국 대륙국가의 원양군도에 협약 제4부의 군도 제도가 적용되지 않음은 명백하다. 《Virginia Commentary》도 1976년 수정단일교섭안에서 대륙국가의 원양군도에 관한 규정이 삭제된 점을 두고 “군도국가 개념이 해양군도로 구성된 국가에만 적용되고 대륙국가에 속한 군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한 합의를 반영”했다고 기술했다(Nordquist et al. 1993). 그러나 당시 대륙국가에게 군도 제도를 인정하지 않는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제3차 해양법회의 기간 동안 군도국가와 해양강국으로 구성된 비공식 작업그룹은 군도 제도를 주도적으로 논의하는 협의체로 기능했다. 피지, 바하마, 인도네시아, 필리핀, 파푸아뉴기니, 일본, 소련, 영국, 미국 등이 참여한 이 그룹에 원양군도 체제를 주장하던 대륙국가들은 참여하지 못했고, 그 결과 대륙국가의 원양군도 문제는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더욱이 제3차 해양법회의에 참석했던 국가들 모두가 대륙국가의 원양군도 문제에 그 입장을 분명히 했던 것은 아니다. 상당수는 군도 제도가 대륙국가의 원양군도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그저 침묵했다(Kopela 2013). 그리스(UN 1980b), 인도(UN 1982a; 1982b), 스페인(UN 1982c), 에콰도르(UN 1980a)와 같은 국가는 회의 막바지까지 대륙국가의 원양군도에 군도 제도를 인정해 줄 것을 요구했고 최종 채택된 협약에 그 요구가 수용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리스 대표단은 1978년 5월 전체회의에서 협약 제4부와 거의 동일했던 1977년 비공식통합교섭안에 대해 대륙국가에 속하는 군도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공정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UN 1978). 에콰도르는 대륙국가에 대한 군도 규정이 협약에 포함되지 않은 점 등으로 인해 협약에 서명하지 않다가 2012년 6월 별도 선언을 첨부하며 협약에 가입했다. 이 선언은 여러 국가의 항의를 받았으나(DOALOS 2014),14) 에콰도르가 갈라파고스 제도에 대한 군도 체제를 포기했던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러한 일부 국가들의 주장과 제3차 해양법회의 시 이해관계 없는 다수국의 침묵에 비춰보면 원양군도의 기선 설정을 둘러싼 논쟁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사료된다.
군도 및 군도기선의 요건
협약은 “전체적으로 하나 또는 둘 이상의 군도로 구성된 국가”를 “군도국가”로 정의하면서(제46조(a)), 군도국가는 일정한 요건 하에 군도의 바깥점을 연결하는 방식의 직선군도기선을 설정할 수 있으며(제47조), 이 군도기선으로부터 영해, 접속수역, 배타적 경제수역 및 대륙붕의 폭을 측정하도록 규정한다(제48조). 무엇보다 군도기선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대상 지형이 “군도”여야 한다. 군도의 정의 규정인 제46조(b)에서 지리적 측면의 핵심 문언은 “섬의 무리(a group of islands)”이다. 여기서 “섬”은 제121조 제1항에 따라 바닷물로 둘러싸여 있으며 밀물일 때에도 수면 위에 있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지역이다. 제46조(b)의 성안과정에서는 3개 이상의 섬과 같이 일정한 수량 기준을 포함시키려는 시도도 있었으나 채택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논리적으로는 단 2개의 섬으로도 군도를 구성할 수 있다(Marcus 2017). 다만 섬의 무리는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야 한다.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와 “고유한 지리적 […] 단일체”라는 문구가 결합됨으로써 섬의 무리를 구성하는 섬들은 근접해야 한다는 의미를 강하게 내포한다(Marcus 2017). 특히 제47조 제1항과 제2항은 수역 대 육지 간 면적비율(9:1 초과 금지)과 직선기선의 최대치(100해리 초과 금지)에 관해 수치화된 조건을 부과한다. 따라서 제46조(b)에 내포된 지리적 근접성 요건은 사실상 위 규정들을 통해 해결되는 것으로 이해된다(Marcus 2017). 또한 제47조 제3항은 군도기선이 “군도의 일반적 윤곽”으로부터 현저히 벗어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이는 대충 자의적으로 그린 다각형 모양의 군도기선을 배제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Symmons 2017). 그 밖에 제46조(b)에 따라 섬의 무리 등이 군도로 인정되려면 지리적 측면 뿐 아니라 경제적·정치적으로도 단일체일 것이 요구된다. 다만 이에 대한 분명한 판단기준은 없다(Marcus 2017).
군도수역에서의 통항
종래 해양의 자유를 강조하던 국가들은 제3차 해양법회의에서 군도수역에서 항행의 자유 확보에 보다 관심을 기울였다. 그 결과 협약 제4부는 군도수역에 군도국가의 주권이 미침을 인정하면서도(제49조) 내수나 영해와는 구분되는 특별한 법제도를 확립했다. 모든 국가의 선박은 군도수역에서 무해통항권을 향유하지만(제52조), 군도국가는 군도수역과 이에 인접한 영해나 그 상공을 통과하는 외국선박 및 항공기의 통항에 적합한 항로대 및 항공로를 지정할 수 있다(제53조 제1항). 이러한 항로대 및 항공로는 모든 통상적 통항로를 포함해야 하며(제53조 제4항), 모든 선박 및 항공기는 이러한 항로대 및 항공로에서 이를 계속적이고 신속하게 방해받지 않고 통과하기 위한 군도항로대 통항권을 향유한다(제53조 제2-3항). 군도국가가 항로대나 항공로를 지정하지 않는 경우에도 군도항로대 통항권은 국제항행에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통로를 통해 행사될 수 있다(제53조 제12항).15) 이처럼 군도수역에는 군도항로대 통항권이 인정됨으로써 무해통항권이 인정되는 통상의 영해나 직선기선에 의해 내수로 된 수역보다(제17조, 제8조 제2항) 더 넓은 항행‧상공비행의 자유가 인정된다. 결국 협약 제4부는 섬의 무리로 구성된 군도국가들의 군도수역에 대한 통제 강화와 그곳에서 항행의 자유를 확보하고자 했던 해양국가들 간의 타협의 산물이었다.
3. 남중국해 분쟁과 원양군도 문제
남중국해 현황
중국은 남중국해의 작은 섬들과 환초 여타 지형물을 통칭하여 남해제도(南海诸岛)라고 부르며, 이를 권역별로 동사군도(东沙群岛), 서사군도(西沙群岛), 중사군도(中沙群島), 남사군도(南沙群岛)로 나누어 칭해왔다(Fig. 1 참조). 중국은 1958년 「영해에 관한 성명」(中华人民共和国政府关于领海的声明(1958. 9. 4))을 통해 12해리 영해와 직선기선 제도의 채택을 대외 공표했는데, 위 네 도서군들도 그 대상에 포함되었다. 즉 이 도서군들에 직선기선이 적용되며 그 안쪽 수역은 내수로 취급한다는 취지였다. 이 내용은 1992년 「영해 및 접속수역법」(中华人民共和国领海及毗连区法(1992. 2. 25))에도 반영되어 있다. 다만 대외적으로 군도를 대상으로 직선기선을 설정한 것은 1996년 서사군도가 유일하며, 이들의 현황은 대략 다음과 같다.

Fig. 1.
Illustrative map of the apparent geographic extents of Dongsha Qundao, Xisha Qundao, Zhoungsha Qundao, and Nansha Qundao, from which the PRC claims its maritime zones (Source: US 2022a)
프라타스(Pratas) 제도로도 불리는 가장 북쪽의 동사군도의 경우, 너비 2–4 km의 초호(礁湖)를 둘러싼 환초로서 서쪽에 동사섬(東沙島)을 비롯하여 그 밖에 남위(南衛: 난웨이), 북위(北衛: 베이웨이) 등의 섬이 있으며, 간조 때는 환초의 남‧동‧북 둘레 및 수심이 얕은 초호의 일부가 물 위에 드러나는 지형이다. 지형만 놓고 보면 서사군도나 남사군도와 같이 각종 지형물들이 넓은 해양에 산재해 있는 형태가 아닌 단일한 소규모 환초지형에 가깝다. 이곳은 현재 대만이 실효 지배하고 있으나 중국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파라셀(Paracel) 제도로 불리는 서사군도는 해남(海南: 하이난) 섬 남동쪽에 위치한 남북으로 154 km, 남서에서 북서로 194 km 상당에 이르는 도서군이다(Kopela 2013). 현재 중국이 점유하고 있으나, 베트남, 대만도 영유권을 주장한다. 중국은 1992년 「영해 및 접속수역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그 직선기선 기점은 1996년 「영해기선에 관한 성명」(中华人民共和国政府关于中华人民共和国领海基线的声明(1996. 5. 15))을 통해 그 일부를 발표했다. 이는 남중국해의 도서군 중 서사군도의 연안기점 좌표 28개를 포함하고 있다.16)
서사군도로부터 동쪽 방향으로는 필리핀 연안 가까운 곳까지 중사군도 권역이 펼쳐진다. 이는 서쪽의 매클스필드 뱅크(Macclesfield Bank)부터 동쪽으로는 황암도(黄岩岛: 황옌다오)라 불리는 스카보러 숄(Scarborough Shoal)을 포함하는 비교적 넓은 수역에 걸친 암석, 암초 지형들을 포괄한다. 이곳에서 밀물 때도 수면 위에 있는 고조지형물(high-tide features)은 스카보러 숄 정도가 있다. 남중국해 판정은 이 지형물을 협약 제121조 제3항에 따른 암석으로 판정했으며(Arbitral Tribunal constituted under Annex VII to the 1982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2016), 중국, 필리핀, 대만이 영유권 분쟁을 벌여 왔다. 매클스필드 뱅크는 수면 아래의 천퇴(淺堆)이다.
스프래틀리(Spratly) 제도로도 불리는 남사군도17)는 전체적으로 많은 해양지형물들이 불규칙하게 산재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중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대만 등이 이들을 일부씩 실효 지배하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지형물인 이투 아바(Itu Aba: 太平島)는 대만이 점유하고 있으며 그 면적은 약 0.43㎢ 상당이다. 남중국해 판정에서는 이투 아바를 비롯한 남사군도 내의 가장 큰 6개 지형물을 협약 제121조 제3항에 따른 암석이라고 판단했으며, 이보다 덜 두드러진 여타 지형물도 암석이라고 판시했다(Arbitral Tribunal constituted under Annex VII to the 1982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2016). 이에 따르면 남사군도 내 지형물에 대해 중국의 주권을 인정하더라도 그 12해리 이원 수역으로 중국은 배타적 경제수역 및 대륙붕 권원을 가질 수 없다.
2016년 남중국해 판정
필리핀의 주장
이처럼 역내 국가들의 영유권 및 해양관할권 주장이 복잡하게 충돌하는 지리적·정치적 맥락으로 인해 남중국해 판정은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남중국해 도서군들에 대한 군도기선 문제를 둘러싼 논란 역시 이미 2016년 남중국해 판정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었다. 중국은 중재절차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필리핀은 동 절차에서 설령 중국이 남사군도에 군도 개념을 적용했더라도 중국의 해양권원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Philippines 2015). 그 주장은 첫째, 협약 제5조의 해석상 협약이 규정하지 않은 기선 설정은 협약 위반이다, 둘째, 대륙국가의 원양군도에 군도기선을 설정하는 문제는 제3차 해양법회의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셋째, 대륙국가의 원양군도에 군도기선을 설정하는 국제관습법이 형성될 수 있더라도 일부 국가의 항의나 반대 실행이 존재한다, 넷째, 그러한 실행이 충분히 일관되거나 광범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다섯째, 남사군도에 기점으로 사용될만한 지형들은 아주 작고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어 군도기선 설정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재판소의 판단
중재재판소는 남중국해 지형물들의 법적 지위에 관한 판단(청구취지 제3-7항)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중국이 남사군도를 둘러싸는 군도기선을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Arbitral Tribunal constituted under Annex VII to the 1982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2016, para. 573). 첫째, 재판소는 중국이 군도국가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중국이 ‘협약을 근거로’ 남사군도에 군도기선을 설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둘째, 재판소는 남사군도 내의 수역 대 육지 면적비율은 상정 가능한 여하한 기선 제도 하에서도 9:1의 비율을 훨씬 초과한다고 지적했다. 남사군도는 협약 제47조에 부합하는 군도기선 설정이 불가능한 조건이란 취지다. 셋째, 재판소는 일부 국가들이 원양군도에 직선기선을 채택함으로써 군도기선과 유사한 효과를 갖게 하는 실행을 알고 있다고 하면서, 협약 제7조는 군도기선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원양군도의 상황에 적용될 수 없다고 설시했다(Arbitral Tribunal constituted under Annex VII to the 1982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2016, para.575). 이는 제7조에 따른 직선기선이 대륙국가의 원양군도에도 적용될 여지가 있지만 제46조와 제47조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다면 제7조는 당초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넷째, 재판소는 일부 국가의 반대 실행에도 불구하고 협약 규정으로부터 이탈을 허용하는 새로운 국제관습법 형성의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Arbitral Tribunal constituted under Annex VII to the 1982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2016, para. 576). 이상과 같이 재판소는 남사군도를 둘러싸는 직선기선 설정이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일부 반대 실행이 존재함을 확인한 바와 같이 대륙국가의 원양군도에 대한 군도기선 설정 문제가 국제관습법의 맥락에서 논란이 될 수 있음을 동시에 시사했다. 중국의 가정적 주장을 전제로 부가적으로 언급된 위 판시는 정작 판정 당시의 비중에 비해 이후 상당한 후폭풍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남중국해 판정 후 미중 간 논란
논란의 시작
중국은 남중국해 판정이 내려진 당일 이 판정을 부정하는 성명(PRC 2016a)을 발표한 데 이어 다음 날 상세한 입장문(PRC 2016b)을 발표하며 판정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러던 2017년 9월 미국의 한 매체를 통해 중국이 남중국해에 관하여 “Four Sha”라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가 2017년 8월말 미 국무부와의 회의에서 이 논리에 기초해 남중국해의 해양권원을 주장했으며, 당시 참석했던 미측 인사들이 이전에 논의되지 않은 이 주장에 적잖이 놀라워했다는 보도였다(Gertz 2017). 이 회의는 2017년 8월 28일–29일 간 개최된 제8차 미중 해양법·극지 문제 회의로서 미 국무부 해양‧국제환경‧과학국과 중국 외교부 조약법률국 간 정례회의였다(US 2017). 사실 “Four Sha” 이론은 전례 없는 새로운 주장은 아니었다. 중국은 1958년 「영해에 관한 성명」과 1992년 「영해 및 접속수역법」을 통해 남중국해의 네 도서군에 직선기선 제도를 적용함을 언급했고, 1996년 「영해기선에 관한 성명」을 통해 서사군도에는 이미 군도기선과 유사한 직선기선 체제를 적용했다. 중국이 남중국해 중재절차와 관련하여 2014년 12월 7일 발표한 입장문도 남사군도를 전체로서 하나의 단위로 취급해야 함을 시사했다(PRC 2014). 그러나 중국이 과거 정부 차원에서 자국의 주장이 대륙국가의 원양군도 이론에 입각한 것임을 명확한 국제법 용어로 설명하진 않았기 때문에 이를 새로운 주장으로 보는 시각도 가능할 여지가 있었다.
중국 측 주장
이후 논란은 심화 양상을 보였다. 중국 국제법학회는 2018년 5월 자신의 학회지에 550여 쪽 분량의 “The South China Sea Arbitration Awards: A Critical Study”라는 기획논문을 발표했다(CSIL 2018). 남중국해 판정에 대한 전면적인 반박을 담고 있는 이 논문은 40여 쪽에 걸쳐 대륙국가의 원양군도 체제가 국제관습법으로 확립되었거나 생성 중에 있으며 남사군도가 이 기준을 충족시킨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논문은 우선 1854년 하와이 왕국과 1900년대 이후 덴마크의 페로(Faroe) 제도,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Galapagos) 제도를 예로 들며 단일체로서의 군도 개념에 관한 국가실행이 존재해 왔음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협약에는 대륙국가의 원양군도에 적용될 조문이 없지만 군도 개념을 이에 적용하는 데 장애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논문은 제3차 해양법회의 초기 국가들이 군도국가나 대륙국가 모두에 군도 제도를 적용하려 했음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륙국가의 원양군도 체제가 협약 전문(“이 협약에 의하여 규율되지 아니한 사항은 일반국제법의 규칙과 원칙에 의하여 계속 규율될 것”)에 따라 일반국제법에 의해 규율될 분야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20개 대륙국가 중 17개국이 자국의 원양군도에 군도기선을 채용했거나 국내법상 단일체로서의 군도 개념을 도입했다고 기술하고, 미국, 뉴질랜드, 러시아 등 일부 국가만이 이러한 실행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이러한 국제관습법이 남사군도에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우선 협약 제46조(b)의 군도의 정의 규정은 국제관습법의 성문화 산물로서 대륙국가의 원양군도에도 적용될 수 있으며, 남사군도가 군도 정의를 충족시킨다고 주장했다. 남사군도가 약 200여개의 도서, 암초, 모래톱, 사주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지리적으로 이러한 지형물들이 수역 그 밖의 자연지형과 연결되어 군도로서 특성을 갖고 있는 점, 중국이 오랜 기간 이를 경제적‧정치적 단일체로 취급해 온 점, 역사상 중국인뿐만 아니라 국제공동체도 이를 중국의 단일한 군도로 인식해 왔던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나아가 원양군도에 대한 국제관습법이 남사군도에 직접 적용되므로 재판소가 협약 제47조의 수역 대 육지 면적비율에만 집중하고 관습법을 조사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국제법학회의 주장은 이후 중국 정부 입장으로도 확인되었다. 중국은 말레이시아가 2019년 12월 CLCS에 제출한 대륙붕한계정보를 CLCS가 심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공한을 UN에 제출했다. 여기서 중국 정부는 “대륙국가의 원양군도와 관련된 국제법상의 오랜 확립된 관행이 존중되어야 한다.”(PRC 2020), “대륙국가의 원양군도 제도는 UN해양법협약에 의해 규율되지 않는다. 이 분야에서는 일반국제법 규칙이 계속 적용된다. 이 제도의 기초가 되는 충분한 국제관행이 존재한다.”(PRC 2021)라는 입장을 명시적으로 표명했다.
미국 측 주장
미 국무부는 2022년 1월 중국의 해양주장에 대한 비판을 담은 44쪽 분량의 《Limits in the Seas》 제150호 보고서를 공개했다(US 2022a). 보고서 첫머리에 중국이 일련의 성명, 입장문 및 외교공한 등을 통해 남중국해 판정에 반대하며, 중국이 수정된 표현으로 해양주장을 개진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 이 보고서는 협약 제5조에 따라 “협약에 달리 규정된 경우” 외에는 저조선이 통상기선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약 규정을 벗어난 기선 제도는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다.18) 설령 “협약에 달리 규정된 경우”의 대표적 규정인 제7조를 기준으로 남중국해 도서군들에 대한 직선기선 요건의 충족 여부를 검토하더라도 이들이 제7조에 따른 직선기선을 설정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서사군도에 설정된 중국의 직선기선에 대해서는 호주, 일본, 뉴질랜드, 필리핀, 베트남, 영국, 미국이, 남사군도에 대한 직선기선 주장에 대해서는 호주, 프랑스, 독일, 일본, 뉴질랜드, 필리핀, 영국, 미국, 베트남이 항의했다고 덧붙였다(US 2022a).
동 보고서는 중국의 주장과 같이 그러한 국제관습법이 형성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그 존재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유사한 국가실행을 검토한 결과 대부분의 국가는 국제관습법이 아닌 ‘협약 규정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주요 근거였다. 그러면서 동 보고서는 많은 대륙국가들이 자국의 원양군도에 통상기선만 적용하고 있고, 제7조에 따라 직선기선을 설정한 경우에도 광대한 수역에 퍼져있는 섬 집단 전체를 둘러싸는 직선기선을 설정한 경우는 드물며, 그러한 실행은 다른 국가들의 항의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미 국무부는 이러한 국가실행에 대한 상세 분석을 담은 94쪽 상당의 보충보고서를 함께 제시했다(US 2022b). 나아가 미 국무부는 남중국해의 각 도서군별 수역 대 육지 면적비율을 제시하면서(동사군도 5:1, 서사군도 37:1, 중사군도 1282:1, 남사군도 951:1) 이러한 비율은 대부분 제47조의 제한을 벗어난 것임은 물론, 여타 국가들의 직선기선 체제보다 훨씬 과도함을 강조했다.19) 미국의 상기 분석과 주장은 중국이 남사군도를 포함한 3개의 군도에는 직선기선의 기점을 공표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정확성에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중국 역시 자국이 서사군도 외에 기타 군도에 대하여는 영해기선을 설정한 바 없으며, 해당 보고서가 적시한 기선의 내용은 허구이고 억측이라고 주장했다(PRC 2025). 그러나 반대로 중국의 남중국해 관할해역 주장이 여전히 역사적 및 법적인 근거의 명확성을 확보하고 있지 않고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채택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전장의 확장: 대륙붕한계위원회 절차에서의 공방
말레이시아는 2019년 12월 12일 남사군도 방면으로 200해리 이원의 대륙붕한계정보를 CLCS에 제출했다(Malaysia 2019). 이는 말레이시아가 남사군도 해역에 자국의 대륙붕 권리를 주장함으로써 같은 해역에 자국의 권리를 주장해 온 중국, 필리핀, 베트남과의 마찰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연안국이 CLCS에 제출한 대륙붕한계정보에 대해서는 기껏해야 몇몇 인접 국가들만이 의견을 표명함이 보통인데 반해, 위 말레이시아 제출 정보에 대하여는 이례적으로 중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같은 동남아 국가 뿐 아니라 미국, 호주,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뉴질랜드와 같은 역외 국가들까지 포함해 무려 10개국 이상이 의견을 개진했다. 이들이 UN에 제출한 외교공한도 20건이 넘었다.
중국은 말레이시아 측 정보가 제출된 당일 UN에 즉시 반박 공한을 제출했다. 여기서 중국은 9단선으로 대변되는 자국의 주장을 확인하고 CLCS가 말레이시아의 정보를 심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PRC 2019). 이 공한을 계기로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여타 국가들은 중국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이들은 남중국해 도서군들에 대한 직선기선 문제를 언급했고 이에 대해 중국은 국제관습법에 따른 대륙국가의 원양군도 주장을 거듭 확인했다(PRC 2020; 2021). 구체적으로 기선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국가는 베트남(2020. 3), 미국(2020. 6), 호주(2020. 7), 프랑스‧독일‧영국(2020. 9), 일본(2021. 1), 뉴질랜드(2021. 8)였으며, 그 내용은 협약에 규정되지 않은 기선 주장은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였다(Vietnam 2020; US 2020a; Australia 2020; France 2020; Germany 2020; UK 2020; Japan 2021; New Zealand 2021). 2022년 1월 발간된 미 국무부의 《Limits in the Seas》 제150호는 이 국가들의 공한을 주석에 달아 위 8개국이 남사군도에 대한 직선기선 주장에 반대했다고 기술했다(US 2022a).20)
CLCS는 2022년 7월 제55차 회기에 중국, 필리핀 등의 심의 반대 주장을 고려하여 말레이시아 제출 정보에 대한 심의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CLCS 2022). 그러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필리핀과 베트남은 2024년 6월과 7월에 남사군도 수역에 대한 대륙붕한계정보를 각각 제출했다(Philippines 2024; Vietnam 2024). 중국은 이 필리핀과 베트남의 정보에 대해서도 CLCS의 심의에 반대하는 공한을 UN에 제출했다(PRC 2024a; 2024b). 이에 대해 미국 등 서국국가들은 말레이시아 사례에서와 유사하게 중국 측 논리를 반박하는 공한을 UN에 제출하며 다시금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US 2024 등).
4. 사안의 검토
UN해양법협약과 대륙국가의 원양군도 체제의 양립 가능성
앞서 중국 국제법학회 논문과 미 국무부의 보고서를 살피면 고민이 필요한 몇 가지 의문이 남는다. 우선 협약 체제 밖에서 협약이 규정하지 않은 기선 제도가 국제관습법에 의해 인정될 수 없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국제관습법과 조약 간의 관계에 대한 논의와 맞닿아 있다.
기존의 학설
그간 학계에서는 대륙국가의 군도기선 실행이 관습법 규칙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종종 제기되었다. 코펠라는 2013년 저서에서 이 실행이 국제관습법 규칙의 확립에 요구되는 조건을 충족할 만큼 충분히 일반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러한 실행이 국제법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유사 주장이 확산될 경우 관습법 규칙의 확립을 이끌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실행에 관여한 국가들은 그 행동이 국제법에 부합한다고 여겼고 국제사회의 대부분은 이 같은 기선 제도에 공식 항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Kopela 2013). 해양법 분야의 권위 있는 저서로 인정받아 온 처칠과 로우의 1999년 《The Law of the Sea》 제3판에서는 대륙국가의 원양군도에 일련의 직선기선을 설정하는 실행이 있음을 언급하며, 이러한 주장이 다른 국가들에 의해 수용되는 한 이는 국제관습법 하에서 유효한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기술했다(Churchill and Lowe 1999; Marcus 2017). 비록 2022년 제4판의 군도 파트에서는 대륙국가의 원양군도 문제에 관한 기술 전체가 삭제되었으나, 그렇다고 제3판의 기술을 부정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Churchill et al. 2022).
역사적 권리에 관한 남중국해 사건의 판시
이러한 저술들은 국제관습법상 대륙국가의 원양군도 체제가 협약과 별도로 공존하며 양립할 수 있음을 전제한다. 그러나 앞서 저술들이 나온 후 2016년에 제시된 남중국해 판정에 따르면 이러한 평가에는 난관이 남는다. 이 판정에는 중국의 9단선 내 수역에 대한 역사적 권리 주장과 관련하여 협약과 양립할 수 없는 협약 외부의 규범이 협약 체제 하에서 더 이상 존속하지 못한다는 판시가 있었다. 중재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중국의 9단선 내의 생물‧무생물자원에 대한 역사적 권리 주장은 협약에 규정된 중국의 해양영역의 한계를 초과하는 범위에서 협약과 양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협약 가입 및 그에 대한 발효로 9단선 내의 생물‧무생물자원에 대해 중국이 가질 수 있었던 역사적 권리는 협약에 의한 해양영역의 제한으로 대체되었다고 판시했다(Arbitral Tribunal constituted under Annex VII to the 1982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2016).
재판소는 이를 논증하는 과정에서 협약 제311조, 제293조 제1항,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30조 제2항 및 제3항을 토대로 협약 발효 전 발생한 권리‧의무가 협약과 양립할 수 없다면 협약이 그 권리‧의무에 우선한다고 보았다. 나아가 협약이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에서 역사적 권리를 주장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는 점, 즉 협약 체제의 포괄성을 이유로 앞서와 같이 중국의 역사적 권리 주장이 협약 체제와 양립할 수 없다는 판시에 이르렀다(Arbitral Tribunal constituted under Annex VII to the 1982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2016). 이를 대륙국가의 원양군도 문제에 대입해 보면 협약과 양립할 수 없는 기선 체제는 협약 발효 전 존재했더라도 그 당사국에 대한 협약 발효와 함께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생각건대 남중국해 사건의 판단은 협약에 우선성을 부여하는 협약의 틀 내에서 이루어진 판단임에 유의해야 한다. 해양법협약은 바다의 이용에 관한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규범 체제를 수립했다. 그러나 협약에 부합하지 않는 실행이 협약 체제가 지배하는 현실과 전혀 공존할 수 없다거나 그 자체로 무효화된다고 일반화함은 과도해 보인다. 조약과 국제관습법은 대등한 법원으로 서로 상대를 무효화‧변경시킬 수 있다(정 2024). 여기서 양자가 대등한 관계라 함은 별개의 독자적 존재라는 의미도 갖는다. 이 점에서 어떤 규범이 국제사회의 근본 가치를 담고 있는 이탈할 수 없는 강행규범21)이 아닌 이상 설령 일정한 조약 체제가 그 규범으로부터의 이탈을 허용하지 않는 장치를 갖고 있더라도 그에 배치되는 권리·의무 관계 내지 규범이 형성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이진 않는다. 오늘날 협약이 바다의 대헌장으로서 상당 부분 기존 관습법을 반영함과 동시에 그러한 관습법을 만들어가는 핵심 기제로 작용하지만, 국제관습법은 이에 갇힌 규범체계가 아니다.22) 과거 연안국의 해양관할권 확대 주장이 오늘날 배타적 경제수역 제도로 정착했듯 일면에서는 현행법 위반으로 평가될 수 있는 실행이 장래 새로운 질서로 자리 잡는 상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협약의 포괄적 성격, 규범적 완결성과 통일성 확보를 위해 협약에 마련된 기제들,23) 오늘날 협약 체제의 보편화를 감안할 때, 협약에 배치되는 권리·의무 관계가 협약과 공존하거나 그와 같은 새로운 규범이 형성될 여지가 대폭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협약에 반하는 실행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힘들고 그 정당화 근거를 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대륙국가의 원양군도에 군도기선과 유사한 직선기선을 설정하는 현실의 국가실행은 국제관습법의 확인 측면에서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이 문제는 그러한 국가실행의 일반성 여부와 법적 확신의 존부에 대한 평가를 필요로 한다. 이하에서는 미국 측의 보충보고서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통해 이 문제에 접근해 본다.
대륙국가의 원양군도 체제에 관한 국가실행 평가
미 국무부 평가의 문제점
편향된 기준에 따른 자의적 범주화
미 국무부의 분석도 다분히 문제가 있다. 특히 《Limits in the Seas》 제150호 보충 보고서는 중국 및 여타 23개국이 보유한 총 80개 이상의 원양군도를 조사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보고서는 아르헨티나, 일본, 노르웨이, 포르투갈, 스페인 등 일부 국가는 섬 집단 안에(within) 선택적으로 일부 해안에 직선기선을 설정했다고 기술했다. 반면 섬 집단 전체에(as a whole) 직선기선을 설정한 사례는 검토대상의 10% 미만으로 관행의 일반성과 일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평했다(US 2022b). 그러나 개별 사례를 살피면 섬 집단의 범위가 상당히 넓게 설정되어 있어 섬 집단 ‘안’에 직선기선이 설정된 사례와 섬 집단 ‘전체’에 설정된 사례의 비율 산정에 있어 상대적으로 전자가 많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유도되고 있다.
노르웨이의 스발바르(Svalbard) 제도는 본섬격인 큰 섬들과 그 주변의 작은 네 개의 섬 무리를 포함하는 군도지형이다. 노르웨이는 1970년 칙령을 통해 일부 연안에 직선기선을 설정했으나, 2001년 칙령을 통해 종전 기선을 확장해 본섬들 전체를 둘러싸는 기선을 설정했고 주변 섬 각각에도 직선기선을 모두 설정했다(Fig. 2 참조, US 2020b). 미 국무부의 보충보고서는 이 사례를 섬 집단 ‘안’에 직선기선을 설정한 범주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본섬들 전체에 설정된 기선은 군도기선의 형태를 띠며, 섬 집단을 본섬들로만 좁게 보면 섬 집단 전체에 군도기선과 유사한 직선기선이 설정된 사례에 포함시키는 데도 손색없다. 군도국가도 자신의 군도 전체를 한 번에 에워싸는 군도기선을 설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일부 구간에 군도기선을 설정하지 않아도 무방하다.24) 그러나 미 국무부의 접근법에 따르면 원양군도에 최대 범위로 직선기선을 설정하지 않은 사례는 섬 집단 ‘안’에 기선을 설정한 경우로 간주되어 군도기선 실행이 아닌 것으로 평가되었다.
현실의 실행은 다양하고 유연성이 있다. 따라서 원양군도 체제를 인정하는지에 관한 중요한 기준은 가능한 군도지형을 최대한 직선기선으로 폐쇄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기선 설정에 일부라도 군도 개념이 반영된 특별한 취급이 있었는지 여부가 되어야 한다. 가장 직관적인 방식으로는 군도지형의 전부나 일부에 설정된 직선기선이 제7조의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 특별한 취급이 적용되었을 가능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스발바르 제도의 경우 본섬들을 둘러싸는 방식으로 군도기선 형태의 직선기선이 설정되어 있으며 이 중 일부는 제7조에 부합하기 힘들다(Kopela 2013). 미 국무부도 2020년 《Limits in the Seas》 제148호에서 본섬들의 남쪽 폐쇄선은 제7조 제3항을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했다(US 2020b). 그런 연유로 스발바르의 기선 체제는 군도 개념이 적용된 실행으로 평가될 여지도 충분하다. 이러한 문제는 아르헨티나, 일본, 포르투갈, 스페인의 경우에도 유사하게 확인되었다.25) 그러나 미 국무부는 이들 역시 섬 집단 ‘안’에 직선기선을 설정한 국가에 포함시켰다.
법적 확신 평가상의 논리적 오류
미 국무부는 “조약상 의무를 준수하고자 하는 것은 국제관습법의 확인을 위한 법적 확신이 될 수 없다.”는 ILC의 2018년 국제관습법 확인에 관한 초안 주석의 내용을 국가들의 법적 확신 평가를 위한 잣대로 삼았다. 그런 후 중국, 에콰도르를 제외한 대부분은 협약 제7조나 1958년 영해협약 제4조에서 기선 설정의 근거를 찾는다고 하면서, 대륙국가의 원양군도 체제에 대한 국제관습법의 존재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했다(US 2022b). 즉 협약 제7조의 직선기선 규정에 따라 행위하는 것은 당초 국제관습법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위 ILC 주석의 명제를 대륙국가의 직선기선 실행에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위 기준은 ICJ가 1969년 북해대륙붕 사건 판결에서 당시 등거리 방법에 따른 경계획정 실행이 많았던 점이 1958년 「대륙붕에 관한 협약」의 적용 결과로 볼 수 있다면 이러한 실행은 조약상 의무 준수의 결과이므로 그로부터 국제관습법의 존재가 추론될 수 없다고 한 판단에 기원을 둔다(ICJ 1969). 그런데 대륙붕 경계획정에서의 등거리 방법과 달리 협약 제7조의 직선기선 제도는 오래전부터 국제관습법의 반영으로 인정받아 왔다(ICJ 1951; 2022). 이는 곧 제7조를 원용한 실행이 일면 협약이라는 특정 조약에서 법적 확신의 근거를 찾긴 했지만 관습법의 영역에도 동일한 법적 확신이 유효하게 존재함을 의미한다. 즉 대륙붕협약의 적용과 국제관습법상 대륙붕 경계획정 원칙의 적용은 다른 문제지만, 협약 제7조의 적용과 국제관습법상 직선기선 제도의 적용은 다른 문제가 아니다. 기선 문제의 맥락에서 제7조를 따르고자 하는 믿음은 이와 별개로 국제관습법을 따르고자 하는 믿음도 포함하는 셈이다.
국가들은 원양군도를 둘러싸는 직선기선 실행을 협약 제7조에 근거한 것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는 협약에서 대륙국가의 원양군도 체제가 인정되지 않음에 따른 부득이한 현상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런 기선이 상당 부분 제7조의 요건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덴마크는 페로 제도를 둘러싸는 직선기선을 1958년 영해협약 제4조 및 1982년 협약 제7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Fig. 3 참조). 그러나 이 기선 중 북쪽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제7조에 부합하기 힘들거나 완화된 해석이 불가피하다(Kopela 2013). 미 국무부는 1970년 “페로 제도에 국제법상 인정될 수 없는 군도 원칙이 적용되었다.”고 평했고(US 1970),26) 1991년에는 대륙국가인 덴마크에게 군도 제도는 인정될 수 없다며 항의했다(Roach and Smith 2012). 덴마크가 자국의 직선기선을 정당화하며 “섬 집단의 조밀한 특성”27)을 내세우는 점을 감안할 때 협약 규정이 근거로 언급된 점이 군도 개념을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되기도 한다(Kopela 2013). 노르웨이, 구소련 등이 덴마크와의 어업협정에서 이 직선기선을 인정한 점은 국제관습법에 따른 원양군도 주장이 유효하게 취급된 사례로 언급되었다(Churchill and Lowe 1999). 즉 덴마크는 페로 제도에 군도 개념을 사실상 반영한 듯 보이나, 이를 협약상 직선기선 제도의 적용으로 정당화한다. 여기서 제7조와 국제관습법이 상호 연동함을 상기해 보면 이처럼 제7조를 원용하는 과도한 실행의 배후에는 제7조뿐 아니라 국제관습법에 따른 법적 확신이 함께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실행이 객관적으로 제7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협약 질서 밖의 법적 확신이 제7조의 직선기선 제도의 완화된 형태로 작동하여 동 제도와 병존하는 새로운 국제관습법의 토대가 될 여지도 충분히 상정할 수 있다.
제한된 정보에 기반한 법적 확신 추론
중국, 에콰도르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은 협약 제7조나 1958년 영해협약 제4조에서 기선 설정의 근거를 찾는다는 미 국무부의 지적도 좀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미 국무부는 이러한 판단근거 중 하나로 협약 제16조에 따라 국가들이 자국의 원양군도에 직선기선을 설정한 내용을 UN에 해도나 좌표목록으로 기탁한 정황을 들었다. 제16조는 제7조, 제9조, 제10조에 따른 영해기선이나 그로부터 도출된 한계 등을 표시한 해도나 좌표를 UN사무총장에게 기탁하도록 규정한다. 미 국무부의 보충보고서에서 이 해도 및 좌표 기탁 실행이 법적 확신 평가에 유일한 논거로 제시된 국가는 아르헨티나, 버마, 인도였다(US 2022b). 이중 특히 인도는 과거부터 원양군도 체제를 강력히 옹호했던 국가로서 1976년 「영해, 대륙붕, 배타적 경제수역 및 기타 해양영역법」을 제정해 제2조에서 자국 해양영역의 한계를 “인도의 본토 및 섬들의 개별‧집합적 집단 또는 그 집단들에 관한 그 수역, 대륙붕, 영역의 한계”로 규정했다(India 1976). 이는 안다만 니코바르(Andaman and Nicobar) 제도나 락샤드위프(Lakshadweep) 제도에 군도 개념을 적용하기 위한 것으로 설명된다(Rajan 1986). 전체적으로 선형을 띤 안다만 니코바르 제도에는 2009년 그 서쪽 부분만을 감싸는 직선기선이 설정되었으나 이는 제7조에 부합하지 아니함이 비교적 분명하며, 인도는 향후 동쪽 부분에도 직선기선을 선포할 것임을 밝혔다(Fig. 4 참조, US 2022b; Kopela 2013). 또한 락샤드위프 제도를 둘러싸는 기선은 미 국무부 역시 그 수역 대 육지 면적비율을 101:1로 산정하여 중국의 서사군도 기선과 함께 대표적인 과도한 실행으로 꼽았다(Fig. 5 참조, US 2022b).

Fig. 4.
India’s straight baseline system pertaining to the Andaman and Nicobar Islands (Source: US 2022b)
여기서 문제는 UN에 기탁된 해도 혹은 좌표목록에는 제16조에 언급된 제7조, 제9조, 제10조 등에 근거하지 않은 정보가 혼재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1996년 「영해기선에 관한 성명」상 자국 직선기선의 기점 좌표를 UN에 기탁했는데, 여기엔 본토상의 좌표와 함께 중국이 국제관습법에 따른 군도기선을 주장하는 서사군도 기점의 좌표도 포함되어 있었다(PRC 1996). 인도가 기탁한 좌표목록도 본토의 직선기선 기점 좌표와 함께 안다만 니코바르 제도와 락샤드위프 제도상의 기점 좌표를 포함했다(India 2009). 이처럼 직선기선의 해도나 좌표가 제16조에 따라 기탁된 점만으로 그 국가의 법적 확신을 완벽하게 단정하긴 어렵다. 따라서 보다 광범위한 자료를 폭넓게 수집하여 진정한 법적 확신에 근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인도의 사례는 국내법은 물론 학자들의 설명을 통해 인도가 원양군도 체제에 적극적인 국가임을 충분히 추론할 수 있음에도, 미 국무부는 이에 관한 검토 없이 해도 및 좌표 기탁 실행만 언급했다. 더욱이 단지 ‘기선’에 대한 실행만 확인하는 것도 곤란하다. 원양군도에 대한 군도 체제 주장은 원양군도를 둘러싸는 군도기선 형태로 외부에 발현됨이 보통이나 그 기본 개념은 협약상 군도와 같이 원양군도를 하나의 단일체로 취급하는 데 있다. 군도 개념을 반영한 인도의 1976년 국내법이 그 예이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이러한 자료를 애써 외면하거나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
평가
원양군도 체제에 관한 실행의 일반성 여부와 법적 확신의 존부는 분명한 판단이 어려운 문제이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이 문제에 관한 국가실행은 다양하며 단지 직선기선을 부분적·제한적으로 설정한 외관이나 협약 규정을 그 근거로 원용했다는 점만으로 군도 개념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 다른 예로 스페인은 카나리아(Canary) 제도와 발레아스(Balearic) 제도를 보유한 국가로서 제3차 해양법회의 당시 대륙국가의 원양군도 주장에 동참했다(UN 1974a; 1982c). 스페인 학자의 설명에 따르면 스페인은 1977년 칙령을 통해 카나리아 제도의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rura) 섬을 포함한 동쪽 섬 무리에 반군도(semi-archipelago) 체제를 형성하는 직선기선을 채택했다(Figs. 6 and 7 참조, Andrés 1994). 이 “반군도”라는 표현은 완전한 군도는 아니지만 그와 유사한 형태란 의미이다. 스페인은 이후 1978년 「경제수역에 관한 법 제15호」를 제정해 그 제1조에서 “군도의 경우 경제수역의 외측한계는 군도를 형성하는 섬이나 소도의 외곽지점을 연결하는 직선기선으로부터 측정한[다].”는 규정을 마련했다(Spain 1978). 이어 2010년 법 제44호를 통해 카나리아 제도 전체를 둘러싸는 한계선(perimeter)을 설정했다(Spain 2010). 스페인은 이 한계선이 국내적 효력만 가지며 국제적으로는 1977년 칙령에 따른 직선기선이 유효하다는 입장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US 2020d). 그러나 그간 스페인의 입장이나 제7조에의 부합 여부를 살필 때 1977년 직선기선 자체가 군도 개념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도 제기되었다(Kopela 2013). 미 국무부도 이 동쪽 섬 집단은 선형으로 배열되어 있어 제7조의 요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고 평했다(US 2020d). 한편 아조레스(Azores) 제도와 마데이라(Madeira) 제도에 대한 직선기선 설정의 근거가 된 포르투갈의 1985년 칙령법 제495/85호는 이 두 제도의 기선을 “군도기선(Archipelagic Baselines)”으로 표현하고 있다(Portugal 1985). 미국은 1986년 포르투갈은 군도국가가 아니므로 군도기선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항의했다(Roach and Smith 2012). 이 직선기선들도 협약 제7조의 적용에 따른 결과로 보기 어려우며 군도 개념이 적용된 것으로 평가된다(Kopela 2013). 결국 문제된 국가의 명시적 입장 표명이 확인되지 않는 한 제7조에 부합하지 않는 직선기선 실행은 원양군도 체제를 인정하는 입장에 따른 것으로 평가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 생각해 볼 것은 국가들의 항의 문제이다. 이는 국제관습법 형성에 장애요소이나 국가들이 모든 사례에 일관되게 항의하는 것은 아니었다. 국가들이 지리적 상황에 따라 선별적으로 항의한 정황은 일정한 기준에 따라 관습규범의 한계를 구체화해 왔다는 주장도 가능할 여지를 남긴다. 그러나 앞서 중국의 직선기선 주장에 반대한 미국, 호주, 프랑스, 독일, 영국, 일본, 뉴질랜드의 항의는 상당히 분명하고도 엄격한 톤을 보였다. 특히 이 중 일부는 자국의 원양군도에 과도한 직선기선을 설정하여 그 법적 확신이 어떠한지 논란이 될 수 있었다. 프랑스의 케르겔렌(Kerguelen), 과들루프(Guadeloupe), 뉴칼레도니아(New Caledonia), 영국의 포클랜드(Falkland), 터크스 케이커스(Turks and Caicos), 호주의 하우트먼 애브롤호스(Houtman Abrolhos)는 그 기선의 일부나 전부가 제7조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 바 있다(Kopela 2013). 미국적 시각에 입각한 국가실행 분석을 담아온 《Excessive Maritime Claims》는 터크스 케이커스의 직선기선을 적절치 못한 군도기선 주장으로 기술했다(Roach and Smith 2012). 영국은 대륙국가의 원양군도 체제에 반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작 자신이 과도한 직선기선 실행을 보여 왔음은 물론 1999년 덴마크와의 해양경계획정에서 페로 제도의 기선을 인정했다(UK 1999). 일본도 오키나와(沖縄) 제도와 아마미(奄美) 제도 등에 군도기선과 유사한 직선기선을 채택했다(US 2022b). 이처럼 일관되지 못한 국가실행을 감안해 보면 CLCS 절차에 2020년부터 2021년 상간에 제출된 이 국가들의 공한은 혼란스러운 법적 확신 평가에 일정한 방향타 역할을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국가들은 미 국무부가 산정한 24개 원양군도 보유국 중 3분의 1 가량을 차지했다.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 대략적인 스펙트럼을 제시하면 (i) 중국, 에콰도르, 인도와 같이 원양군도 체제를 국제관습법의 일환으로 주장하는 국가, (ii) 스페인, 포르투갈, 덴마크, 노르웨이와 같이 원양군도 체제를 옹호하는 듯하나 그 태도가 다소 모호한 국가, (iii) 영국, 호주, 프랑스, 일본과 같이 원양군도 체제에 반대하면서 자국의 과도한 직선기선 실행을 협약 제7조로 정당화하는 국가, (iv) 미국, 뉴질랜드와 같이 원양군도 체제에 반대하며 별다른 직선기선을 설정하지 않는 국가로 나눌 수 있다. 실행의 일반성 측면에서는 자국의 원양군도에 제7조에 반하는 과도한 직선기선을 설정한 국가들까지 포함하면 원양군도 체제를 인정하는 실행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법적 확신 측면에서는 특히 말레이시아 대륙붕정보에 관한 CLCS 절차에서 일련의 국가들이 중국에 제기한 항의를 고려할 때 그 균형추는 다소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운 모양새다. 결국 현 시점에 원양군도 체제를 인정하는 관습법이나 이를 금지하는 관습법 중 어느 하나가 확립되었다고 하긴 어렵다.
대륙국가의 군도기선 설정의 한계
중국 국제법학회는 남중국해 재판소가 협약 제47조에 따라 수역 대 육지 면적비율을 9:1로 한정한 것을 비판했으나(CSIL 2018), 자신이 주장하는 국제관습법에 따를 때 수역 대 육지 면적비율의 제한이 적용되는지, 어느 정도의 비율이 적용되는지, 남사군도를 군도기선으로 폐쇄할 경우 그 수역 대 육지 면적비율은 어떠한지에 관하여 침묵했다. 물론 이에 관한 기술을 찾아볼 수 없는 이상, 국제관습법에 따를 때 대륙국가의 군도기선 설정에는 수역 대 육지 면적비율의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거나 9:1보다 완화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이해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군도국가에 인정되는 제한이 대륙국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거나 완화된 제한이 적용된다는 가정은 후자에게만 더 넓은 해양관할권 확보를 가능케 하고 항행의 자유에 대한 더 큰 제약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중국은 제46조의 군도 개념이 국제관습법의 성문화 결과임을 근거로 남사군도에 대한 군도 요건 구비 여부를 논했다. 그러나 제46조의 내용을 국제관습법으로 취급하면서도 제47조의 수역 대 육지 면적비율에 관하여는 별도의 관습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모순적이다.
대륙국가의 원양군도에 군도기선을 설정하는 국제관습법의 존재를 상정한다면, 그 실행은 협약 제7조와 협약 제4부라는 큰 두 축을 사이에 둔 시계추 같은 모습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전자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제7조 제1항과 제3항에 따른 지리적 요건이 중요하다. 후자의 경우에는 제46조(b)에 따른 섬 집단으로서의 단일성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며, 기선 설정에 있어 지리적 요건은 제7조에 비해 완화될 수 있다. 앞서 살핀 제3차 해양법회의 당시의 논의에 비춰볼 때, 국제사회가 대륙국가에게도 원양군도 체제를 인정한다면 그 최대한은 협약 제4부가 군도국가에 인정해 준 만큼에 준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군도국가의 군도와 대륙국가의 원양군도를 차별하지 말라는 주장은 결국 군도국가의 군도만큼 대륙국가의 원양군도에도 특별한 지위를 부여해 달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따라서 제47조의 조건은 관습법의 영역에서도 대륙국가의 원양군도에 인정될 수 있는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미 국무부의 《Limits in the Seas》 제150호 보고서에 따르면 동사군도를 제외한 서사군도, 중사군도, 남사군도에는 군도기선을 설정할 경우 수역 대 육지 면적 비율이 제47조의 제한을 심하게 초과한다.28) 대륙국가의 원양군도에 군도기선 설정을 허용하는 국제관습법이 존재하더라도 중국이 위 각 도서군들에 군도기선을 설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 문제로 인해 중국의 “Four Sha” 주장이 역사적 권리 주장에 비해 훨씬 약하다는 평도 있었다(Ku and Mirasola 2017). 결국 남중국해 도서군들의 지리적 상황을 감안해 볼 때 중국이 이 도서군들 각각에 군도기선을 설정하여 이로부터 9단선을 아우르는 해양권원을 보유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그다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5. 결 론
협약 제4부는 군도국가만이 군도 제도를 적용하도록 규정했음에도 제3차 해양법회의 당시 대륙국가의 원양군도 체제를 요구했던 국가들이 그 주장을 포기했거나 이를 금지하는 국가 간 합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늘날 협약 체제 하에서 대륙국가가 원양군도에 군도 개념을 적용하여 군도기선을 설정하는 실행이 국제관습법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전면 차단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 그러나 현 시점의 국가실행을 살필 때 대륙국가의 원양군도에 군도 체제를 인정하는 실행이 국제관습법으로 성립되었다고 보긴 어렵다. 나아가 그러한 국제관습법 형성이 가능하더라도 협약 제4부에 규정된 군도기선보다 완화된 요건 하에 대륙국가의 군도기선 설정이 허용된다고 해석되진 않는다. 남중국해 도서군들의 경우에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의 주장은 육지영토로부터 멀리 이격된 섬의 그룹을 가진 국가들에게는 해양관할권 창출을 위한 좋은 근거로 남용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3차례의 해양법 회의를 통해 현재와 같은 군도수역 체제를 형성해 왔다는 점, 현재의 협약체제는 원양군도를 수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 향후 새로운 형태의 국제관습법이 발전되더라도 이는 협약이 부여한 권한 내의 수용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중국의 원양군도 주장은, 주장은 될 수 있으나 유력한 권리로 수용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더구나 중국이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전개하는 주장의 근거가 2016년 중재재판소 판결 이전과 이후에 급격한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점은 오히려 중국이 그 동안 주장했던 남중국해 영유권과 관할권에 대한 법적, 역사적 근거의 취약성을 스스로 노출한 것으로 해석되기 쉽다. 주의할 것은 중국의 새로운 근거와 남중국해에 대한 주장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든, 2016년 중재재판소는 남중국해 제반 지형물이 암석이나 간조노출지일 뿐이며 EEZ와 대륙붕을 창출하지 못한다고 판시했다는 점이다. 중국의 원양군도와 같은 새로운 접근과 주장이 남중국해 제반 지형물의 법적 성질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국제사회의 오랜 외교협상 결과로 탄생된 현재의 협약 체제와 무관하게 자국의 권익 보호를 위한 별도의 실행 사례를 의도적으로 누적 시키는 것을 국가관행의 점진적 확대로 보아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이는 협약 당사국이 협약체제를 준수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국의 필요에 따라 협약체제를 약화시키는 의도적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일부 국가가 원양군도에 대하여 협약 제7조의 직선기선 제도를 과도하게 적용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이 말레이시아의 CLCS 정식문건 제출(Malaysia 2019) 사안에 대하여 반박한 외교공한에서 “협약에 의해 규율되지 아니한 사항은 일반국제법의 규칙과 원칙에 의하여 계속 규율될 것”을 예정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러한 국제법 규칙이 이미 확립되었다고 주장하는 것(PRC 2025) 또한 과도한 해석이다.
물론 이 문제에 관한 국가실행과 법적 확신은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안고 있다. 이를 둘러싼 미중 간 논쟁은 향후에도 남중국해의 갈등상황과 맞물려 보이지 않은 법률전으로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세간에서는 남사군도 등에 대한 직선기선이나 방공식별구역 설정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종종 회자되어 왔다. 현실화 가능성은 미지수이나 실제 남사군도 등에 직선기선이 설정될 경우 기선으로 폐쇄된 수역이나 그 인근 수역에서의 항행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동북아에서는 일본의 원양군도에 대한 직선기선 실행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이 자국의 원양군도에 설정한 직선기선이 제7조에 따라 적법하다고 볼 수 있는지를 분석하고, 한국의 기선 주장과 관련하여 비례적 측면에서 유리하게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 보는 것도 방법일 듯하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제반 문제는 우리나라의 해상교통로와 자원수급 등 해양권익 보호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상 해상교통로 안전은 우리 경제를 움직이는 절대적 생명선이다. 국가 총생산량의 84%를 무역에 의존하고 있고 수출입 물동량의 99%, 식량의 75%, 원유 100%가 해외로부터 수입되며, 특히 원유 수입의 80%는 남중국해를 관통한다. 원양군도라는 주장이 단순한 협약 해석과 국가실행을 넘어 또 하나의 제도적 틀로 수용될 수 있는가의 여부는 우리나라 해양활동의 불안정성을 가늠하는 새로운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국제해양질서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해양을 통제하려는 세력간 충돌은 어느덧 우리나라를 패권경쟁의 한 가운데로 노출시키고 있다. 남중국해 문제는 분명 미묘한 국제정치의 역학관계 속에 균형감을 갖고 바라보아야 할 사안이다. 한국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일정한 입장을 정립해야 한다면 무엇보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해양주장의 대립 양상에 대해 나름의 이해와 시각을 정립해 두어야 한다. 이 점에서 원양군도 문제에 대한 미중의 시각 역시 비판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원양군도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 공방에서 엿보이는 이들의 해양법에 대한 시각과 자국 입장을 나름의 국제법 논리로 뒷받침하는 모습은 한국이 처한 동북아의 현실에서도 곱씹어 볼만한 대목이 되리라 본다. 첨예한 분쟁 상황에서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는 이들의 외교력과 국제법 연혁을 관통하는 해석과 역량은 감탄과 부러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역설적으로 움직이는 국제관계 속에서도 국제법의 중요성은 결코 과소 평가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