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2. 미국 행정명령 14285호의 분석
배경
정책
전략적 해저 핵심 광물 접근
정의
미국 행정명령 14285호 공포 효과
3. 미국 행정명령 제14285호 공포 배경의 분석
미국과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긴장 관계
심해저 개발규정 채택 지연
편중된 핵심 광물자원과 공급망 확보를 위한 경쟁 심화
5. 미국 행정명령 제14285호에 대한 국제법적 검토
UN해양법협약 제11부는 국제관습법인가?
국제관습법으로서 UN해양법협약 제11부에 대한 정위(定位)
6. 결 론
1. 서 론
지난 2026년 3월19일 막을 내린 국제해저기구(International Seabed Authority) 제31차 전반기 이사회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공포한 미국 행정명령 제14285호「Unleashing America’s Offshore Critical Minerals and Resources」(이하, ‘행정명령 제14285호’)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이 다시금 부각되었다(ENB 2026). 동 행정명령을 둘러싼 비판은 2025년 제30차 이사회에 이어 계속되고 있는데, 특히 국제해저기구 사무총장 Leticia Reis de Carvalho은 2025년 4월30일 발표한 공식성명「Statement on the US Executive Order:‘Unleashing America’s Offshore Critical Minerals and Resources’」에서 동 행정명령이 글로벌 해양 거버넌스의 근간과 법치주의상에 미칠 부작용을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의 행정명령은 미국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으로서 연방 공무원과 행정기관에게 행동 방침을 지시하기 위해 공포하는 국내법적 통치 수단이다(Garner 1999). 미국 대통령들은 정책 실현에 있어 행정명령을 긴요하게 사용해 왔는데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 포고문, 케네디 대통령의 흑백 거주지역 분리 금지 명령 등이 모두 행정명령에 속한다(윤 2018). 이에 반해 국제해저기구는 UN해양법협약 제156조와 제157조에 근거하여 심해저 활동을 주관하고 통제하는 국제기구이다. 여기서 한 국가의 행정수반이 자국 기관에 내린 내부 지시인 행정명령에 대하여, 왜 국제기구의 이사회와 사무총장이 이토록 강한 법리적 반발을 제기하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이 발생한다.
이 갈등의 본질은 행정명령 제14285호에 내재된 트럼프 행정부의 심해저 광물 탐사 개발 정책이 UN해양법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Law of the Sea) 제11부 체제로부터 독립된 심해저 광물 탐사 개발 체제 구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발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러한 독자적 노선을 취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행정명령 제14285호를 공포해야 하는 이유가 반드시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본 논문은 먼저 행정명령 제14285호의 상세 내용을 분석하여 트럼프 행정부의 심해저 정책의 실체를 규명하고, 그 공포 배경을 다각도로 고찰해보고자 한다. 나아가 행정명령 제14285호에 담긴 트럼프 행정부의 심해저 광물 탐사 개발 정책을 국제법 관점에서 검토하고자 한다.
2. 미국 행정명령 14285호의 분석
배경
행정명령 14285호 제1절 ‘배경’은 이 행정명령을 공포해야 하는 필요성과 그 목적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제1절에는 미국의 국가안보와 경제에 직결되는 심해 과학·기술 및 해저 광물자원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의 적대적 통제에서 벗어난 핵심 광물의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문제의식이 전제되어 있다. 특히 광대한 해저(해상 해저 지역, offshore seabed areas)에 매장되어 있는 해저 핵심 광물의 확보를 통해 외국의 적대적 통제에서 자유로운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구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목표는 미국 정부의 기존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국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달성하려는 정책 방향이 배경의 핵심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정책
제2절 ‘정책’은 미국의 해저광물자원 정책을 국내정책과 대외정책으로 구별하여 설정하고 있다. 먼저 국내 정책은 해저광물자원확보에 있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정비에 그 초점을 두고 있다. 첫째, 환경 및 투명성 기준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간소화된 허가’(streamlined permitting)를 통해 해저 광물자원 탐사, 특성화, 확보와 제련을 위한 국내 역량을 ‘신속히’(rapidly) 개발하는 것이다(Executive Office of the President 2025). 여기서 주목할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내 역량의 신속한 개발을 위해 허가 간소화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현재 국제해저기구에서 논의 중인 심해저광물개발규정 초안이 가지고 있는 복잡하고 엄격한 절차를 고려하면 이 허가 간소화는 기업들에게 큰 매력이 될 것이다. 둘째 심해 과학기술과 도면화(mapping)에 대한 투자를 지원하는 것인데 이는 해저 광물 자원 개발을 위한 미국의 기술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해저 광물 개발 활동에 있어 부처와 기관들의 조정을 강화하고(Executive Office of the President 2025, §2(c)), 국내 가공 및 제련 역량의 획기적 확대를 바탕으로 경제성장과 재산업화 및 군사 대비 태세를 총체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강력한 국내 해저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을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Executive Office of the President 2025, §2(e)). 여기서 강력한 국내 공급망 구축은 배경에서 언급한 외국의 적대적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공급망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외정책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 정립과 전략적 연대 강화에 방점을 둔다. 이를 살펴보면 첫째, 해저 광물 탐사·개발 기술과 실행 수립 과정에 있어 글로벌 선도자로서 위상의 확립이다(Executive Office of the President 2025, §2(d)). 이는 심해저 광물자원 탐사 및 개발 규범 논의의 중심이 되고 있는 국제해저기구에서 미국이 옵저버 지위에 머무르면서 상실한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을 재확보하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리더십 재확보의 방안이 UN해양법협약 체제 밖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해석되어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둘째 자국의 관할권내에서 해저 광물자원을 개발하고자 하는 국가들에게 동반자 위상을 정립하는 것이다. 이는 해저 광물자원의 매장량이 높고 해저 광물자원 개발 친화적인 국가들과의 협력으로 해저 광물자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동맹국 및 산업계와 협력관계 강화를 통해 해저 광물자원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것이다(Executive Office of the President 2025, §2(f)). 이는 해저 광물자원 채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광물자원 관련 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동시에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넷째, 미국 기업이 자국 해저광물 개발에 관심이 있는 동맹국 및 협력자를 책임 있게 지원하는데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다(Executive Office of the President 2025, §2(f)). 이는 결국 미국 기업이 해저 광물 관련 시장에서 중국 기업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 기업에 대하여 실질적인 비교 우위를 가지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행정명령 제2절에서 언급한 ‘중국에 대한 견제’와 미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트럼프 행정부가 해저광물자원을 두고 앞으로 어떠한 방향의 정책을 취할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견제’를 위하여 해저 광물 분야 국내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미국이 선도하는 동맹국들과의 연합을 결성하게 될 것인데, 이어지는 제3절에서는 이 정책 방향에 맞추어 각 행정부처에게 업무를 부여하고 있다.
전략적 해저 핵심 광물 접근
제3절은 행정명령 공포일로부터 60일 이내에 행정부 각 부처가 이행해야 할 구체적 업무를 부처별로 명시하고 있다. 상무부 장관(The Secretary of Commerce)의 임무는 네 가지 영역으로 구성된다. 제3절(a)(i)는 국가관할권 바깥 해역에서의 광물 탐사 면허 및 상업적 채취 허가에 대한 검토·발급 절차를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고 있으며, 제3절(a)(ii)는 미국 외변 대륙붕, 국가관할권 바깥 해역, 그리고 미국 기업과 해저광물 개발 의사를 밝힌 국가의 국가관할권 안쪽 해역에서 이루어지는 탐사·채굴·환경 모니터링 기회, 그리고 미국 내 또는 미국 국적 선상에서의 망간단괴 및 기타 해저광물자원 제련 능력에 대한 민간 부문의 관심과 기회를 평가한 보고서를 대통령 경제정책 보좌관 및 국가 에너지 최고위원회 의장·부의장에게 제출하도록 규정한다. 제3절(c)(i)은 상무부 장관이 과학적 협력과 미국 기업을 위한 상업적 개발 기회 모색, 협력 대상국 우선순위 목록 개발 등을 통해 주요 파트너 및 동맹국과 협력하여 해당국 국가관할권 안쪽 해역의 해저광물자원 탐사·채굴·가공·환경 모니터링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며, 제3절(c)(ii)는 국가관할권 바깥 해역에서의 해저광물자원 채굴·개발 관련 국제 이익 공유 메커니즘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공동 보고서 제출을 명령하고 있다. 제3절(a)(i)는 또한 국립해양대기청장이 심해저경성광물법과 관련 법에 따른 국가관할권 바깥 해역 광물 탐사 면허와 상업 채굴 허가 검토 및 발급 절차를 신속화하도록 하고 있다. 심해저경성광물자원법1)에서는 신청자가 국립해양대기청장에게 탐사 계획 또는 채굴 계획을 제출하면 국립해양대기청장은 100일 이내에 결과를 통보하도록 노력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결과 통보가 불가한 경우 서면으로 심사에 있어 문제가 있는 부분을 통보하고 문제 부분 해결을 위한 소요 시간을 예측하여 신청자에게 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다(30 U.S.C 1413 (a)(2)(B)-(C)).
주목할 것은 행정명령 제14285호 제3절(a)(i)에 따른 구체적인 후속 규범 형성이다. 국립해양대기청(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은 2025년 7월 7일 동 행정명령에 근거하여 「Deep Seabed Mining: Revisions to Regulations for Exploration License and Commercial Recovery Permit Applications」(15 CFR Parts 970, 971)을 제안하고, 60일간의 의견수렴 절차를 통해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폭넓게 접수하였다. 이후 국립해양대기청은 수렴된 의견 및 추가 자료를 반영하여 2026년 1월 21일 최종 규칙을 공포하였는데 개정된 규정은 기존과 같이 탐사 면허와 상업 채굴 허가를 단계적으로(sequential) 신청하는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일정 요건을 갖춘 신청인에게는 양자를 하나의 통합 신청(consolidated application) 절차를 통해 제출할 수 있는 선택지를 부여하였다.
이 통합 신청 절차에서는 탐사와 상업채굴을 포괄하는 단일 신청서에 기초해 하나의 환경영향평가와 종합 심사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 탐사 면허와 상업 채굴 허가가 동시에 발부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신청인의 행정부담을 경감하고 심사·결정 과정의 중복과 지연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개정 규정은 여전히 신청서의 ‘실질적 완비(substantial compliance)’ 여부를 30일 이내에 통지하고, 이후 부족한 사항을 보완할 수 있는 60일의 기간을 부여하는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완비된 신청에 대해서는 100일 내 인증(certification) 하도록 국립해양대기청이 “노력(endeavor)”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절차 신속화는 기존 심해저경성광물법 체계를 전면 변경하기보다는 그 내부에서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30일 절차 등 절차를 간소화하는 개정 심해저경성광물자원법이 설립되면 심해저 개발 규정 성안이 지연되고 있는 국제해저기구에 비하여 미국 국내법인 심해저광물법체제가 더욱 명확하고 간편한 규범체제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국제해저기구 당사국의 보증을 받은 계약자들보다 미국 국내법 체제를 이용하는 미국 기업들이 시간적 경제적 우위에 서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내무부 장관(The Secretary of the Interior)의 임무는 제3절(b)에서 두 가지로 제시된다. 첫째, 외변대륙붕법(Outer Continental Shelf Lands Act, 43 U.S.C. 1331 이하)에 근거하여 외변대륙붕에서의 해저광물자원 개괄 탐사 허가 검토·승인 및 탐사·개발·생산 사용권 부여를 위한 신속한 절차를 수립하되, 이 절차는 미국 기업의 효율성·예측 가능성·경쟁력을 보장해야 한다. 둘째, 해저자원에서 획득 가능한 핵심광물을 식별하고, 국방부 장관 및 에너지부 장관과 협력하여 국방 인프라·제조·에너지 등 응용 분야에 필수적인 핵심광물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국방부 장관(The Secretary of Defense) 및 에너지부 장관(The Secretary of Energy)의 임무는 제3절(d)에 의거 세 가지 범주로 구현된다. 첫째, 비축 체계의 전략적 검토이다. 양 장관은 해저 망간단괴 유래 물질의 물리적 또는 가상적 저장을 위해 ‘국가 방위 비축물자’를 활용하거나 관련 인수 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이 가지는 잠재적 득실을 분석해야 한다. 해당 분석 결과 보고서는 대통령 경제정책 보좌관 및 국가 에너지 최고위원회 위원장·부위원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둘째, 국내 가공 역량 확충을 위한 법적 금융적 지원 방안 모색이다. 양장관은 상무부 장관과 협의하여 해저광물자원의 국내 가공 역량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 규정을 검토·개정을 추진하며 방위 생산법(the Defense Production Act, 50 U.S.C. 4501 이하)에 근거한 보조금 및 대출, 기타 조달 금융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셋째, 해저 광물자원을 국가 안보 전략의 일부로 통합하는 것이다. 전략 및 핵심물질 이사회(the Strategic and Critical Materials Board of Directors)가 전략 및 핵심물질 비축법(the Strategic and Critical Materials Stock Piling Act, 50 U.S.C. 98 이하)에 의거, 국방부 장관에게 국가 안보 핵심 물질의 안정적 공급 보장 전략을 권고할 때 해저광물자원 개발을 고려하도록 보장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정의
행정명령은 전반적인 적용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기 위하여 핵심 용어를 체계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첫째, “광물”(mineral)의 외연을 전략적으로 규정하였다. 제4절(a)에 따르면 “광물”(mineral)은 30 U.S.C. 1606(a)(3))에 규정된 핵심광물(critical mineral)을 의미하되, 우라늄, 구리, 칼륨염, 금 및 국가 에너지 최고위원회 의장이 결정하는 기타 원소나 화합물이 포함될 수 있도록 유연성을 확보하였다(Executive Office of the President 2025,§4(a)). 이는 국가 정책에 따라 광물의 범주를 확대 축소하여 본 행정명령의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둘째, 제4절(b)는 “해저광물자원”(seabed mineral resources)의 정의를 확장하였다. 제4절(b)의 해저광물자원은 망간단괴(polymetallic nodules), 망간각(cobalt-rich ferromanganese crusts), 해저열수광상(polymetallic sulfides), 고희토류 퇴적체(heavy mineral sands), 인광석(phosphorites) 및 기타 광물 함유 물질로 정의되어 있는데 이는 행정명령의 적용이 해저에 부존하는 광범위한 광물자원 전체에 미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Executive Office of the President 2025, §4(b)). 셋째, 제4절(c)는 제련(processing)은 광물의 선광(concentration), 분리(separation), 정련(refinement), 합금(alloying) 및 사용 가능한 형태로의 전환(conversion)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규정한다. 행정명령이 단순 채굴 단계에 국한되지 않고, 자원의 최종 활용 단계까지 미치도록 하려는 의도라 하겠다(Executive Office of the President 2025, §4(b).
이러한 정의 조항은 기존 심해저경성광물자원법의 물적 범위보다 확대된 것으로 UN해양법협약 제11부 물적 범위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Table 1에서 볼 수 있듯이 해저 광물 자원의 정의를 ‘단괴’의 형태로 한정하였던 심해저경성광물자원법의 경성광물자원 정의와 달리 망간각, 해저열수광상, 고희토류 퇴적체, 그 밖 광물 함유물질로 확대한 것이다. 이것은 심해저경성광물자원법 제정 당시인 1980년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던 망간각과 해저열수광상을 포함시켜 심해저경성광물자원법 현행화의 효과를 가지며 나아가 희토류를 포함하는 것으로까지 해석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Table 1.
Comparison of definitional provisions
특히 ‘기타 광물 함유 물질’이라는 포괄적 범주를 통해 희토류를 포함할 수 있는 법리적 근거를 마련한 것은, 미국의 공급망 안보를 위협하는 핵심 자원을 확보하려는 정책적 결단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본 행정명령은 물적 범위 측면에서 UN해양법협약 제11부와의 중복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협약 제133조 (a)항이 규정한 ‘자원’의 개념보다 구체적인 핵심 광물을 명시함으로써 UN해양법협약 제11부를 대체할 수 있는 미국 중심의 독자적 심해저 광물개발 체계 마련의 정책적 토대를 마련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 행정명령 14285호 공포 효과
본 행정명령은 미국 민간 기업들이 심해저경성광물자원법상 법적 절차를 통해 심해저 광물 탐사 및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도록 하는 실질적인 동력으로 작용하였다. 행정명령 공포 직후인 2025년 4월, TMC USA가 제출한 탐사 면허 2건과 상업 개발 허가 1건에 신청서는 이러한 정책 신호에 대한 산업계의 즉각적 응답이라 할 수 있다(TMC 2025a).
행정명령 14285호의 제도적 이행을 위해 국립해양대기청이 2025년 7월 7일 제안한 “탐사면허와 상업채굴허가 지원 절차 신속화안”(Deep Seabed Mining: Revisions to Regulations for Exploration License and Commercial Recovery Permit Applications)을 제출하였다(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15 CFR Parts 970 and 971). 이 신속화안의 핵심은 신청서 접수 이후 30일 이내에 그 결과를 통보하도록 하는 파격적 시한 설정과 기존의 탐사-개발의 단계별 접근법을 탈피한 탐사-상업채굴 통합 인허가제의 도입에 있다.
이러한 제도 변경 움직임에 따라 동년 11월에는 Deep Sea Rare Minerals, Inc.가 탐사 면허 신청 대열에 합류했고(AP News 2025), 이러한 산업계의 움직임은 2026년 1월 21일 발효된 「심해저 광업: 탐사 면허 및 상업 채취 허가 신청 규정 개정안」이라는 제도적 정비로 구체화되었다. 본 개정안은 1980년 제정된 심해경성광물자원법 이후의 비약적인 기술 진보와 변화된 정보 환경을 수용하여, 탐사와 개발을 단일한 과정으로 연계한 ‘통합 인허가 신청 절차(consolidated application process)’를 제도화하였다. 이 개정 규정의 핵심적 함의는 절차의 간소화와 신속화에 있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탐사와 개발 허가의 동시 신청을 허용하여 행정적 중복을 제거하였고, 둘째, 신청서 제출 후 100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통보하도록 하는 ‘100일 규정’을 명문화함으로써 기업의 투자 예측 가능성을 극대화하였다. 그 다음날 2026년 1월 22일 TMC USA는 개정 규정에 따른 ‘통합 인허가 신청 절차’를 통해 상업 개발 허가를 신청함으로써 사업 추진의 가속도를 높이고 있다(TMC 2026).
결국 행정명령 제14285호는 장기적 휴면 상태에 있던 심해경성광물자원법 체제를 전략적으로 재활성화함으로써, 미국 기업들이 국내법적 근거에 기반하여 독자적인 자원 확보에 나설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비록 미국이 UN해양법협약의 비당사국이지만 170여 개국이 참여하는 국제해저기구(ISA)의 관리 체제와 분리된 독자적 체제를 운용하는 것에 대해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다자 체제에서의 소외를 감수하면서도 독자적인 체제 구축이라는 강경한 정책 노선을 선택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 행정명령 공포 배경에 대한 다각적 분석이 필요하다.
3. 미국 행정명령 제14285호 공포 배경의 분석
미국 행정명령 14285호 공포 배경은 동 행정명령 배경에서 표면적으로 기술되고 있으나, 본 행정명령이 내포한 국제법적 복잡성과 지정학적 함의를 명확히 정위(定位)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핵심 요소에 대한 구조적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다각적인 분석이 요구되는 이유는 본 행정명령이 단순한 국내법적 조치를 넘어 다자주의에 기반한 국제 해양거버넌스 전반에 영향을 주는 문서이기 때문이다. 첫째 미국과 UN해양법협약 제11부간의 특수한 긴장 관계를 통한 분석이다. 미국은 1980년 심해저경성광물자원법을 제정하여 UN해양법협약 체제와 분리된 독자적 탐사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이래, ‘인류의 공동유산’ 원칙과 자국 국내법상의 개발권 사이에서 끊임없는 규범적 충돌을 겪어 왔다. 따라서 본 행정명령이 국제 거버넌스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협약 비당사국으로서 견지해 온 연혁적 입장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국제해저기구의 심해저 광물 개발 규정 채택의 지연과 행정명령 제14285호와의 관계이다. 심해저 광물 개발 규정 채택 지연은 심해저 개발규정 채택을 요구하던 사적 주체들로 하여금 새로운 개발체제를 찾도록 하였고, 이는 행정명령 제14285호가 생성될 수 있는 임계점을 제공하였다. 따라서 심해저 개발 규정 지연 상황에 대한 이해는 행정명령 제14285호의 공포를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관점을 제공할 것이다. 셋째 편중된 핵심 광물자원과 그 공급망 확보와 행정명령 제14285호의 관계이다. 장기간 휴면 상태에 있던 심해경성광물자원개발법을 소생시킨 근본적인 동인은 핵심 광물자원에 대한 폭발적 수요 증가와 특정 국가에 편중된 공급망 리스크에 있다. 결국 행정명령 제14285호는 자원 패권 경쟁 속에서 자국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결단이 산물이라 볼 수 있다. 이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핵심광물의 편중 상태에 대한 실증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미국과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긴장 관계
미국 행정명령 14285호의 규범적 기저에는 미국과 UN해양법협약 제11부간의 지속적 갈등이 내재되어 있다. 1981년 뉴욕에서 개최된 UN해양법회의 당시 미국 정부대표단은 자국이 UN해양법협약 초안의 근간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진행 중임을 이유로 협상 참여의 중단을 통보한 바 있다(Koh 2020). 이 검토 과정을 거쳐 1982년 3월 레이건 대통령은 협상 복귀를 선언하였으나 이는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수정이라는 조건을 전제한 것이었다. 주목할 점은 이 당시 미국은 이미 UN해양법협약 초안 수정이 불가능한 경우를 대비하여 UN해양법협약체제와 분리된 독자적 거버넌스인 축소조약(mini treaty)체제2)를 동맹국들과 구축하려는 전략적 복안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Morell 1992; 김 2002).
1982년 3월에서 4월 사이에 열린 UN해양법회의에서 미국 정부대표단은 레이건 대통령이 천명한 6가지 목표를 구체화한 이른바 ‘the Green Book’ 수정안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해당 안은 기존 협약 초안을 대폭적으로 수정하는 제안이어서 ‘the Green Book’ 수정안은 G77 그룹의 반대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에 호주, 오스트리아,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 네덜란드로 구성된 G12 그룹이 미국이 제출한 ‘the Green Book’에 기반한 G12 그룹 수정안을 미국에게 제안했으나 미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Koh 2020).
이 갈등은 결국 UN해양법협약 초안 채택을 위한 최종 투표에서 미국의 반대표로 귀결되었다. 미국은 반대의 핵심근거로 UN해양법협약초안 제11부를 지목하며 제11부가 선진국들에게 합리적인 접근을 제공하지 않아 실질적인 해저 광업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외에도 미국은 의무적 기술이전, 생산제한을 수용할 수 없으며, 심해저공사에게 주어지는 경쟁적 우위를 반대했고, 거버넌스 체제에 있어 산업 대국들의 이익이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은 점을 비판하였다(Koh 2020).
1982년 UN해양법협약 채택 이후에도 미국은 UN해양법협약에대하여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심해저 규정 재협상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였다(Morell 1992). 미국은 이미 심해저경성광물법(The Deep Seabed Hard Mineral Resources Act of June 2)을 통해 상호주의에 기반한 심해저 체제를 설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상호국(a reciprocating state)의 허가와 면허를 인정하는 심해저 광물 잠정 양해서(Provisional Understanding Regarding Deep Seabed Matters)를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영국과 1984년 체결하였다. 이로 인하여 UN해양법협약 바깥에서 새로운 심해저 광물개발 체제가 가동되는 모습을 띠기도 했다. 이렇게 UN해양법협약 제11부 바깥에서 심해저 개발 체제 수립을 이어가고 있던 미국은 1986년 UN총회에서 미국은 UN해양법협약이 명시적 구속 동의를 하지 않은 국가들에게 어떠한 법적 의무도 창설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UN해양법협약을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하였다(Morell 1992).
1989년말까지 UN해양법협약 비준국이 41개국에 불과함에 따라, UN해양법협약의 보편적 승인을 확보하기 위한 UN의 노력이 전개되었다. UN은 1990년에서 1994년 사이 비공식 협의를 열어 제11부에 대한 논의를 재개하였다(Morell 1992). 그 결과 11부를 수정하는 효과를 가져온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Agreement relating to the Implementation of Part XI of the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of 10 December 1982)이 채택되었고 미국도 이 협정에 서명하며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하였다.
서명 당시 미국의 駐UN대사 올브라이트는 UN총회 연설을 통해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이 UN해양법협약 심해저 규정이 가지고 있던 결함을 해결하였으며 광물 소비국과 생산국의 이해관계를 개발도상국의 이해관계와 함께 조화시켰다고 평가했다(Albright 1994). 올브라이트는 미국은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에 서명하고, 미국 법과 규정에 따라 이행협정을 1994년 11월 16일부터 잠정적으로 적용한다고 밝혔다(Albright 1994). 이로 인하여 UN해양법협약 제11부를 두고 벌어졌던 미국과 국제사회의 갈등은 비로소 해소되는 것으로 보였었다.
그러나 갈등은 미국 입법부에서 재점화되었다. 1994년 10월 7일, 미국 대통령 클린턴은 상원에 송부한 비준 동의 요청 서한을 통해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으로 인해 미국이 가지고 있던 UN해양법협약 제11부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었으며 이에 미국이 1994년 7월 28일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US 1995). 하지만 비준을 위한 실질적인 관문인 상원외교위원회(Senate Foreign Relations Committee)가 소집되지 않아 비준을 위한 절차는 착수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 하였다.
미국 행정부의 비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입법부 내의 교착 상태는 계속된다. 2004년 부시 대통령이 상원에 비준을 다시 요청하였고, 상원외교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연방상원에 비준을 권고하였지만 연방상원 본회의 표결이 무산되어 안건은 차기 회기로 이월되었던 것이다. 2007년 부시 대통령은 비준을 재요청하자 상원외교위원회는 또 다시 비준을 상원에 권고하였으나 상원이 이를 회기 중에 상정하지 않아 비준 절차는 또다시 표류하게 되었다.
2012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이 UN해양법협약 비준을 다시 요청하였고, 상원외교위원회가 공청회까지 개최하였으나 34명의 공화당 상원의원이 비준 반대 의사를 명시한 서한을 제출함에 따라 본회의 상정 자체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었다(Pedrozo 2022). 결과적으로 미국은 1994년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 서명 이후 3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UN해양법협약 제11부를 비준하지 못하고 있다.
미 행정명령 14285호의 설립 배경에는 UN해양법협약과 협약 제11부와 미국간의 이러한 특수한 긴장 관계가 그 구조적 기저를 형성하고 있다. 행정명령 14285호는 지난 30여 년간 지속된 입법적 교착이 없었더라면, 즉 UN해양법협약 비준이 이루어졌더라면 미 행정명령 14285호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UN해양법협약 체제와 미국 간의 해묵은 긴장이 행정명령 탄생의 구조적 토양을 제공했다면, 다음장에서 서술하는 국제해저기구 내부의 심해저 광물 개발 규정 채택 지연은 미국이 다자주의적 틀을 벗어나 독자적인 규범적 탈출구를 모색하게 만든 결정적 촉매제가 되었다.
심해저 개발규정 채택 지연
미국의 비준 거부에도 불구하고 1994년 11월 16일 국제해저기구가 설립되었다. 국제해저기구는 설립 이래 망간단괴, 망간각, 열수광상 탐사규정을 정립하고 2001년부터 심해저 탐사활동을 관리하고 감독해 왔다. 탐사 단계의 성숙에 따라 개발 활동에 대한 수요가 증대되었고, 국제해저기구는 2014년부터 심해저 개발을 위한 개발규정3)(Exploitation Regulations) 논의에 착수하였다.
그러나 2014년에 시작된 개발규정 논의는 큰 진전을 거두지 못했고, 2021년 6월25일 나우루가 국제해저기구 이사회에 제출한 서한을 통해 자국민인 나우루해양자원(Nauru Ocean Resources, NORI)의 심해저 자원 개발사업계획서 제출 의사를 표명하게 된다. 이 서한에서 나우루는 국제해저기구가 2년 이내에 개발규정(Exploitation Regulations) 채택 완료를 요청하게 되었다. 나우루가 명시한 2년이라는 시한은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 부속서 제1절 15(b)4)에 근거한 것인데 동 조항은 심해저 자원 개발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 의사가 있는 국민의 국가가 요청하는 경우, 국제해저기구는 요청 후 2년 이내에 규칙, 규정 및 절차의 채택을 완료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2년 규칙’의 발동으로 국제해저기구 이사회는 2023년 7월9일까지 개발규정 채택 완료라는 시한부 과제를 안게 되었다. 그러나 2년 시한이 도래했음에도 국제해저기구 이사회는 심해저 개발규정 채택을 완료하지 못했고, 2023년 제28차 이사회는 결정문 ISBA/28/C/24를 통해 심해저 개발규정 채택 기한을 2025년 제30차 회기로 연장했다. 제30차 회기로 연장하면서 동 결정문은 동시에 개발 규정 채택 완료 이전에 심해저 광물 개발을 위한 지원서가 접수되는 경우 이사회가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 부속서 제1절 15(c)5)에 근거하여 이 지원서를 논의하도록 하였다. 이는 개발규정 성안 완료를 마치지 못한 경우 즉 법적 공백기에 잠정적 승인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즉, 이사회 역시 2025년 제30차 회기까지 성안 완료를 확신하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024년에 개최된 국제해저기구 29차 이사회와 총회 역시 개발 규정의 조속한 성안 가능성에 대해서는 불투명한 전망만을 남겼다. 이사회가 방대한 분량의 통합초안(consolidated text)에 대한 1회독을 완료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393면에 달하는 통합초안은 여전히 깊은 법리적 검토와 고도의 정치적 타협을 요구하는 상태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2024년 8월2일 막을 내린 국제해저기구 총회에서는 심해저 개발 사전주의적 유예(precautionary pause)와 심해저 개발 모라토리움(moratorium)에 대한 요구 그리고 환경보호를 위한 일반정책 수립에 대한 요청이 제기되면서 심해저 개발 규정 논의에 대한 동력을 더욱 잠식하게 된다.
2024년 11월 12일 나우루는 국제해저기구 이사국들에게 발송한 서한에서 나우루해양자원(Nauru Ocean Resources)의 개발사업계획 제출 시점을 2025년 6월 27일자로 명시하고 개발규정 성안 완료와 관계없이 제출되는 개발사업계획서의 검토를 요청하였다(Republic of Nauru 2024). 나우루는 이행협정 부속서 제1절 15(c)와 이사회 결정문 ISBA/28/C/24를 근거로 하였는데 이 서한은 심해저 개발에 대한 사전주의적 유예(precautionary pause)와 모라토리움 주장이 거세게 일었던 2024년 국제해저기구 총회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나우루가 국제해저기구 당사국 전체에게 던진 최후통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국면에서 2025년 3월 27일 나우루해양자원의 모회사인 메탈컴퍼니(TMC 2025b)가 미국 국내법 심해저경성광물자원법에 의거 심해저 광물 개발을 추진 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메탈컴퍼니는 보도자료에서 국제해저기구가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상 의무를 해태하고 개발규정을 채택하지 않았다고 강력히 비판하였다. 그리고 메탈컴퍼니의 대표들이 미 행정부와 입법부 관계자들과 회견하였으며 관계자들이 심해 광물이 미국의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메탈컴퍼니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국제해저기구 사무총장 Leticia Reis de Carvalho는 다음날인 2025년 3월 28일 성명서를 통해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Leticia Reis de Carvalho 사무총장은 국제해저기구가 심해저 활동을 조직하고 통제하는 유일한 기구임을 재확인하고, 심해저에서의 모든 탐사와 개발 활동은 국제해저기구의 통제하에 수행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나아가 특정 국가나 기업의 독자적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 시도는 국제법 위반이며 UN해양법협약 총체적 골격과 다자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음을 경고 하였다.6) 아울러 사무국은 국제해저기구 이사회가 UN해양법협약과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에 따라 개발규정 논의를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메탈컴퍼니의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 위반 비판을 반박했다(ISA 2025).
이에 대하여 3월 31일 메탈컴퍼니 대표 Gerard Barron은 비판의 수위를 한층 더 격상시켰다. Barron은 공식 성명을 통해 “지난 16년간 국제해저기구에서 진행된 다자주의 협의 과정을 반추할 때, 결과적으로 UN해양법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미국의 선택은 타당했음을 확신한다”고 밝힌 것이다. 뿐만아니라 “향후 국제해저기구가 심해저 광물 개발규정을 채택하더라도 이는 기업들의 개발을 불가하게 하는 개발 규정이 될 것”이라며 국제해저기구에 대한 깊은 불신을 표명하였다.
이렇게 대립의 기류가 고조되던 중, 2025년 4월 24일, 트럼프 행정부는 행정명령 14285호를 전격 공포하였다. 이에 대하여 국제해저기구 사무총장 Leticia Reis de Carvalho가 즉각 성명을 통해 반발한 것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2025년 4월30일 발표한 성명서 「Statement on the US Executive Order: ‘Unleashing America’s Offshore Critical Minerals and Resources’」)에서 Carvalho 사무총장은 행정명령 14285호가 가지는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하였다. 첫째 국내 사안을 규율해야 하는 행정명령이 UN해양법협약이 규율하는 심해저에 대한 적용 가능성을 시사한 점을 법치주의적 관점에서 심각한 우려로 제기하였다. 둘째 국제해저기구가 심해저 활동을 조직 통제하는 권능을 가진 유일한 기구라는 점을 재확인하며 미국의 독자적 허가 및 관리 시도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셋째, 미국의 이러한 일방적 행위는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근간인 인류공동유산원칙의 명백한 위반임을 명시했다.
전술한 2025년 4월 TMC USA가 제출한 탐사 면허 및 상업 개발 허가 신청을 기점으로, 같은 해 11월 Deep Sea Rare Minerals, Inc의 탐사 신청, 그리고 2026년 1월 21일 전격 발효된 「심해저 광업 규정 개정안」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흐름은 단순한 행정적 절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 2026년 1월 22일 TMC USA가 개정 규정에 따라 단행한 ‘통합 인허가 신청’은 미국이 심해저 자원 확보를 위해 구축해 온 독자적 규범화 전략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은 국제해양법 질서를 둘러싼 작금의 첨예한 갈등 국면이라는 거시적 배경 속에서 비로소 온전한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편중된 핵심 광물자원과 공급망 확보를 위한 경쟁 심화
나우루의 2년 규칙 발동 요청 그리고 국제해저기구와 메탈컴퍼니의 갈등 심화의 배경에는 편중된 핵심광물의 매장량과 산출량에 있다. 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에 의하면 망간, 코발트, 니켈, 리튬 등 핵심광물 산출 상위 3개국에 대한 편중은 2020년 82%에서 2024년 86%로 증가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지리적 편중은 향후 10년 동안 큰 변화가 없으리라는 것이 IEA의 예측이다(IEA 2025).
이러한 지리적 편중을 광종별로 살펴보면 먼저 망간의 경우 2024년 육상에서 채굴되는 망간의 총 산출량은 2만 톤 규모이며 매장량은 1.7백만 톤 규모이다. 그런데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7천 4백만톤(37.0%), 가봉이 4천 6백만톤(23.0%), 호주가 2천 8백만 톤(14.0%)을 생산하여 3개 국가가 전 세계 생산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매장량 역시 남아공(32.9%)과 호주(29.4%)에 주로 집중되어 있다(Table 2).
Table 2.
Global manganese production and reserves (2023–2024)
| Production | Reserves | |||||
| 2023 | 2024 | |||||
| Metric TON** | (%) | Metric TON | (%) | Metric TON | (%) | |
| United States | N/A | N/A | N/A | N/A | N/A | N/A |
| Australia | 2,860 | 14.6 | 2,800 | 14.0 | 500,000 | 29.4 |
| Brazil | 580 | 3.0 | 590 | 3.0 | 270000 | 15.9 |
| China | 767 | 3.9 | 770 | 3.9 | 280,000 | 16.5 |
| Côte d’Ivoire | 357 | 1.8 | 360 | 1.8 | NA | N/A |
| Gabon | 4,490 | 22.9 | 4,600 | 23.0 | 61,000 | 3.6 |
| Ghana | 818 | 4.2 | 820 | 4.1 | 13,000 | 0.8 |
| India | 744 | 3.8 | 800 | 4.0 | 34,000 | 2.0 |
| Malaysia | 410 | 2.1 | 410 | 2.1 | NA | N/A |
| South Africa | 7,300 | 37.2 | 7,400 | 37.0 | 560,000 | 32.9 |
| Others | 1,230 | 6.3 | 1,300 | 6.5 | Small | N/A |
| World Total | 19,600 | 100.0 | 20,000 | 100.0 | 1,700,000 | N/A |
고성능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성분인 니켈의 경우도 그 지리적 편중은 심각하게 나타난다(Table 3). 인도네시아는 2024년 기준 2백 2십만 톤을 생산하여 전세계 산출량의 59%를 차지하였고 매장량도 5천5백만 톤(42.3%)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 밖의 국가들 2024년 산출량을 보면 필리핀 33만톤(8.9%), 러시아 21만톤(5.7%), 캐나다 19만톤(5.1%), 중국 12만톤(3.2%), 호주 11만톤(3.0%), 브라질 7.7만톤(2.1%)에 불과 하다. 미국의 산출량은 8천톤(0.2%)에 그쳐 더욱 미미함을 알 수 있다.
Table 3.
Global Nickel production and reserves (2023–2024)
| Production | Reserves | |||||
| 2023 | 2024 | |||||
| Metric TON** | (%) | Metric TON | (%) | Metric TON | (%) | |
| United States | 16,400 | `0.4 | 8,000 | 0.2 | 310,000 | 0.2 |
| Australia | 149,000 | 4.0 | 110,000 | 3.0 | 24,000,000 | 18.5 |
| Brazil | 82,700 | 2.2 | 77,000 | 2.1 | 16,000,000 | 12.3 |
| Canada | 159,000 | 4.2 | 190,000 | 5.1 | 2,200,000 | 1.7 |
| China | 117,000 | 3.1 | 120,000 | 3.2 | 4,400,000 | 3.4 |
| Indonesia | 2,030,000 | 54.1 | 2,200,000 | 59.5 | 55,000,000 | 42.3 |
| New Caledonia | 231,000 | 6.2 | 110,000 | 3.0 | 7,100,000 | 5.5 |
| Philippines | 413,000 | 11.0 | 330,000 | 8.9 | 4,800,000 | 3.7 |
| Russia | 210,000 | 5.6 | 210,000 | 5.7 | 8,300,000 | 6.4 |
| Others | 340,000 | 9.1 | 300,000 | 8.1 | 9,100,000 | 7.0 |
| World Total | 3,750,000 | 100.0 | 3,700,000 | 100.0 | 130,000,000 | 100.0 |
코발트의 경우도 산출량과 매장량 모두 심하게 편중되어 있다.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가는 콩고로 2024년 기준 22만톤(75.9%)을 생산하여 전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의 2/3 물량을 산출하는 국가이며, 매장량 또한 6백만톤(54.5%)로 추정되어 코발트의 편중도 역시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기준 그 외 코발트 주요 생산국은 인도네시아 2.8만 톤(9.7%), 러시아 8.7천 톤(3.0%), 필리핀 3.8천 톤(1.3%), 그리고 미국 3백 톤(0.1%)에 불과하다(Table 4).
Table 4.
Global Cobalt production and reserves (2023–2024)
| Production | Reserves | |||||
| 2023 | 2024 | |||||
| Metric TON** | (%) | Metric TON | (%) | Metric TON | (%) | |
| United States | 500 | 0.2 | 300 | 0.1 | 70,000 | 0.6 |
| Australia | 5,220 | 2.2 | 3,600 | 1.2 | 1,700,000 | 15.5 |
| Canada | 4,220 | 1.8 | 4,500 | 1.6 | 220,000 | 2.0 |
| Congo (Kinshasa) | 175,000 | 73.5 | 220,000 | 75.9 | 6,000,000 | 54.5 |
| Cuba | 3,300 | 1.4 | 3,500 | 1.2 | 500,000 | 4.5 |
| Indonesia | 19,000 | 8.0 | 28,000 | 9.7 | 640,000 | 5.8 |
| Madagascar | 4,000 | 1.7 | 2,600 | 0.9 | 100,000 | 0.9 |
| New Caledonia | 2,570 | 1.1 | 1,500 | 0.5 | N/A | N/A |
| Papua New Guinea | 3,070 | 1.3 | 2,800 | 1.0 | 62,000 | 0.6 |
| Philippines | 3,800 | 1.6 | 3,800 | 1.3 | 260,000 | 2.4 |
| Russia | 8,700 | 3.7 | 8,700 | 3.0 | 250,000 | 2.3 |
| Turkey | 2,500 | 1.1 | 2,700 | 0.9 | 91,000 | 0.8 |
| Others | 6,080 | 2.6 | 6,200 | 2.1 | 800,000 | 7.3 |
| World Total | 238,000 | 100.0 | 290,000 | 100.0 | 11,000,000 | 100.0 |
이러한 편중 현상은 희토류에서도 나타난다. 희토류(rare earth)의 전 세계 대부분의 생산 및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는 중국으로서, 美 지질조사국의 2025년 1월 광물자원 요약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며, 매장량은 4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중국은 2024년 270,000 REO를 산출하여 전 세계 생산량(390,000 REO)의 69.2%를 차지하여, 희토류를 가장 많이 산출하는 국가이다. 중국의 뒤를 이어 미국의 산출량이 45,000 REO (11.5%), 버마가 31,000 REO (7.9%), 호주·나이지리아·태국이 13,000 REO (3.3%) 각각 생산하였는데, 전 세계적으로 중국에 대한 희토류 생산 편중도가 매우 심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Table 5).
Table 5.
Global rare earth production and reserves (2023–2024)
| Production | Reserves | |||||
| 2023 | 2024 | |||||
| REO** | (%) | REO | (%) | REO | (%) | |
| China | 255,000 | 67.8 | 270,000 | 69.2 | 44,000,000 | 48.9 |
| United States | 41,600 | 11.1 | 45,000 | 11.5 | 1,900,000 | 2.1 |
| Burma | 43,000 | 11.4 | 31,000 | 7.9 | NA | N/A |
| Australia | 16,000 | 4.3 | 13,000 | 3.3 | 5,700,000 | 6.3 |
| Nigeria | 7,200 | 1.9 | 13,000 | 3.3 | NA | N/A |
| Thailand | 3,600 | 1.0 | 13,000 | 3.3 | 4,500 | 0.0 |
| Brazil | 140 | 0.0 | 20 | 0.0 | 21,000,000 | 23.3 |
| Canada | N/A | N/A | N/A | N/A | 830,000 | 0.9 |
| Greenland | N/A | N/A | N/A | N/A | 1,500,000 | 1.7 |
| India | 2,900 | 0.8 | 2,900 | 0.7 | 6,900,000 | 7.7 |
| Madagascar | 2,100 | 0.6 | 2,000 | 0.5 | N/A | N/A |
| Malaysia | 310 | 0.1 | 130 | 0.0 | N/A | N/A |
| Russia | 2,500 | 0.7 | 2,500 | 0.6 | 3,800,000 | 4.2 |
| South Africa | N/A | N/A | N/A | N/A | 860,000 | 1.0 |
| Tanzania | N/A | N/A | N/A | N/A | 890,000 | 1.0 |
| Vietnam | 300 | 0.1 | 300 | 0.1 | 3,500,000 | 3.9 |
| Other | 1,440 | 0.4 | 1,100 | 0.3 | NA | N/A |
| World total | 376,000 | 100.0 | 390,000 | 100.0 | 90,000,000 | 100.0 |
핵심광물자원의 지리적 편중성과 수요의 증가는 미국과 중국이 심해저를 핵심광물의 또 다른 확보원으로 인지하고 경쟁하도록 하였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의 선도적 지위 확보를 위한 우선 영역으로 심해를 상정했고, 2016년 5월, 시진핑 주석이 “심해 해저에는 미발견 미개발 상태의 보고(寶庫)가 있으며 이를 획득하기 위해서 심해 접근, 탐사 및 개발을 위한 핵심 기술을 통제하여야 한다”라고 언급하였다(Economy 2026). 시진핑은 한 걸음 더 나아가 2018년, “심해에는 아직 길이 없으니 중국이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천명하였다. 시진핑의 이러한 천명은 중국 기업의 국제해저기구 탐사권 계약 현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국제해저기구가 맺은 총 31건의 심해저 탐사계약 중 5건의 탐사계약이 중국 기업과의 계약이며 이는 국가 기준으로 가장 많은 계약을 보유한 국가이다. 중국은 또한 망간단괴, 망간각, 열수광상을 3대 광종 탐사권을 모두 보유한 국가인데 3대 광종 탐사권을 보유한 국가는 2026년 현재 한국, 중국, 러시아 3개국 뿐이다(ISA 2026). 이러한 정책 기조에 기반하여 중국은 2023년 국제해저기구에서 다수국이 주장한 심해저 광물 개발에 대한 사전주의적 중지 요청을 무산시켰다는 평가도 존재한다(Kardon and Camacho 2023).
중국이 이처럼 전방위적인 정지(整地) 작업을 통해 심해저 개발 행보를 가속화하는 동안, 미국의 대응은 정책적 일관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부심하고 있다. 제118차 미 하원 회기(2023.1.3.–2025.1.3.)에서는 UN해양법협약(UNCLOS) 비준을 통해 국제해저기구(ISA)의 회원국 지위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 주도의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탈피하자는 전략적 함의가 분출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상원 법안 제출이라는 실질적 입법 단계로 전이되지 못하였다(CRS 2025).
오히려 제119차 회기에 접어들어, 2025년 1월 23일 일부 하원의원들에 의해 발의된 “H.R. 664(American Seabed Protection Act)”는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국가관할권 이원 해역 광물개발 허가권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어 정책적 혼선이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아니라 심해저 개발 규범의 산실(産室)인 ISA 이사회에서 중국이 ‘Rule-maker’의 역할을 하는 동안, 여전히 ‘옵저버(Observer)’ 지위에 머물러 있는 미국은 자국 국가 이익을 국제 규범화하는데 있어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정책 환경에서 미국 행정부는 2025년 3월20일 행정명령 14241호 “Immediate Measures to Increase American Mineral Production”를 공포하여 국내 광물 생산의 극대화를 통하여 광물자원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정책 기조를 확보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뒤이어 공포된 행정명령 14285호를 통하여 심해저 광물자원으로까지 확장되었다.
5. 미국 행정명령 제14285호에 대한 국제법적 검토
다자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의 중심에 선 미국 행정명령 제14285호의 근저에는 심해저경성광물자원법이 자리 잡고 있다. 흥미롭게도 본 법이 제정될 당시 이미 이 법안이 기술 선진국들 사이의 축소 조약 체제를 형성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된 바 있다(Collins 1981). 이러한 예견의 연원은 심해저경성광물자원법 제1428절이 규정하는 상호주의 기반 심해저 개발 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동법 제1428절은 상호국(Reciprocating states) 지정, 상호국 지정 효과, 상호국에 대한 통보, 상호국과의 협의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상호국의 지정은 국무장관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그 지정 효과는 상호국으로 국가가 발급한 탐사 면허와 개발 허가의 배타적 독점성을 미국이 인정하는 것이다. 또한 심해저경성광물자원법에 의한 면허와 허가에 대한 신청서가 접수되는 경우 즉시 모든 상호국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UN해양법협약의 보편적 체제와는 별개로, 미국과 심해저경성광물자원법 제1428절 상호국을 중심으로 하는 심해저 개발 체제 수립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1984년 맺어진 “심해저 광물 잠정 양해서”(Provisional Understanding Regarding Deep Seabed Matters)는 이러한 상호주의 체제의 외연을 확장하며, 당시 심해저 활동 역량을 보유했던 국가들을 포섭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미국 행정명령 제14285호는 바로 이 축소 조약 체제를 다시금 국제사회로 재소환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미국과 UN해양법협약과의 해묵은 갈등, 국제해저기구 내 심해저 개발 규정 채택의 지연, 핵심광물자원 확보를 둘러싼 패권 경쟁이 있다. 그러나 171개국과 유럽연합이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인류공동유산원칙 아래 국제해저기구라는 다자주의 체제를 지지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이처럼 보편적 다자주의와 미국의 독자적 노선이 평행선을 달리는 시점에서, 축소 조약 체제의 회귀를 선언한 행정명령 제14285호를 국제법의 잣대로 검토하는 것은 다자주의에 기반한 해양거버넌스의 미래를 위해 시급하고도 본질적인 과제라 할 것이다.
미국 행정명령 제14285호의 국제법적 검토는 결국 동 명령으로 인하여 소환되는 축소 조약 체제가 국제법 특히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위반인가의 여부이다. 미국이 UN해양법협약과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의 당사국이었다면 미국의 독자적 심해저 개발 체제 운영은 명백히 UN해양법협약과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의 위반일 수 밖에 없다. UN해양법협약 제137조 제2항은 심해저로부터 채취된 광물은 제11부와 해저기구의 규칙, 규정 및 절차에 의하여서만 양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조 제3항은 UN해양법협약 제11부에 의하지 않고 심해저로부터 채취된 광물에 대한 권리를 주장, 취득 또한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제139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당사국들은 심해저활동이 이 부에 따라 수행되도록 보장할 의무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미국은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에 서명하였으나 UN해양법협약과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을 비준하지 않았는데 여기에서 국제법으로 검토할 쟁점이 발생한다.
국제법적 검토에서 첫번째 질문은 미국의 서명을 기속적 동의 즉 국가가 조약의 구속력을 수락한다는 의사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즉 미국의 서명을 미국이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구속력을 수락한다는 의사로 볼 수 있는가의 질문이다.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이하 ‘비엔나협약’) 제11조는 서명을 기속적 동의의 한 방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12조에서 이 서명이 기속적 동의가 되기 위해서는 “서명이 그러한 효력을 갖는다고 조약이 규정하고 있는 경우”,“서명이 그러한 효력을 갖는다고 교섭국 간에 합의되었음이 달리 증명되는 경우”, 또는 “서명에 그러한 효력을 부여하고자 하는 국가의 의사가 그 대표의 전권위임장에 나타나 있거나 교섭 중에 표시된 경우”에 기속적 동의를 갖는다고 추가 단서를 달고 있다.
본 사안에 해당하는 “서명이 그러한 효력을 갖는다고 조약이 규정하고 있는 경우”를 살펴보자.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 제4조 제3항은 기속적 동의의 방법으로서 서명을 규정하여 서명이 효력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동 항에서 효력을 인정하는 서명은 “비준을 조건으로 하지 않는 서명”과 동 “협정 제5조 약식절차에 따른 서명”에 한정된다.7) 먼저 “비준을 조건으로 하지 않는 서명”은 미국의 서명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미국의 서명 당시 駐UN 미국대표부 대사였던 올브라이트는 UN총회 발언에서 비준을 조건부로 하여 미국은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에 서명한다고 발언문에서 밝혔기 때문이다. 또한 협정 제4조 제3항 (c)에 의한 서명 즉 “협정 제5조 약식절차에 따른 서명”에도 미국의 서명은 해당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협정 제5조 약식절차는 협정 채택일 이전에 협약의 비준서, 공식화인서 또는 가입서를 기탁한 국가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4조 제3항에서 규정하는 서명에 의한 기속적 동의의 유효성 검토 이전에 미국의 서명은 제4조 제2항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속적 동의가 될 수 없다. 이행협정 제4조 제2항은 UN해양법협약 이행협정에 대한 기속적 동의에 대한 조건으로 협정에 대한 기속적 동의 확정 전 또는 확정시에 UN해양법협약에 대한 기속적 동의를 확정하도록 하고 있다.8) UN해양법협약의 기속적 동의는 협약 제306조에 의한 비준(ratification)을 통해서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으므로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에 대한 기속적 동의는 해양법협약의 비준을 선결 조건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UN해양법협약 비준을 하지 않은 미국의 이행협정에 대한 서명은 이행협정 제4조 제2항 불충족으로 원천적으로 기속적 동의가 될 수 없는 것이다.
UN해양법협약 제11부는 국제관습법인가?
미국의 서명을 기속적 동의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다음 질문은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규정들이 국제관습법으로의 지위를 획득하였는가로 전이하게 된다. 비엔나협약 제2조는 협약에 기속 되기로 동의하고 자국에 대해 그 조약이 발효 중인 국가를 ‘당사국’이라 정의하고 조약의 당사자가 아닌 국가를 ‘제3국’으로 명확히 구분 짓고 있다. 그리고 동 협약 제34조에서 “조약은 제3국의 동의 없이는 그 국가에 대하여 의무 또는 권리를 창설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였다. 비엔나협약 제2조와 제34조를 본 사안에 적용하면 ‘제3국’인 미국의 동의가 존재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UN해양법협약은 미국에 대하여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에서 논의의 큰 흐름은 비엔나협약 제38조 “국제관습을 통하여 제3국을 구속하게 되는 조약 규칙”으로 그 방향을 옮기게 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비엔나 협약 제38조가 제3국을 구속하는 조약상 규칙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엔나협약 제38조는 “제34조부터 제37조까지의 어떤 조도 조약에 규정된 규칙이 관습국제법 규칙으로 인정되어 제3국을 구속하게 됨을 방해하지 않는다.”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규칙이 “관습국제법 규칙으로 인정”된다면 UN해양법협약과 이행협정의 당사국이 아닌 미국에게도 UN해양법 제11부와 이행협정이 적용된다는 의미이다. 결국, 미국 행정명령 제14285호와 축소조약체제에 대한 국제법적 검토의 핵심은 UN해양법협약 제11부와 그 이행협정이 국제관습법의 지위를 획득했는가를 실증적으로 검토함에 있다 하겠다. 국제관습법 지위 획득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그 기준이 국제사법재판소 규정(Statute of the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제38조 제1항(b)이 제시하는 “법으로 수락된 일반 관행의 증거” 즉 일반적 실행과 법적 확신이라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하지만 UN해양법협약 제11부가 그 기준을 충족하는가에 대해서는 학설이 대립하고 있다.
學說의 對立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국제관습법적 지위를 수용하는 肯定說은, 인류공동유산(Common Heritage of Mankind) 원칙과 이를 규범화한 제11부 체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편적 지지, 그리고 그에 수반된 국가실행에서 ‘일반적 관행’과 ‘법적 확신’의 연원(淵源)을 구하고 있다. Biggs (1980)는 1967년 Pardo 인류공동유산원칙 제창 이후 1973년까지 국제사회에서 어느 국가도 동 원칙에 대하여 유의미한 반대 의사를 표출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 반대 의사의 부재가 인류공동유산원칙에 대한 법적 확신을 증명한다고 Biggs는 주장했다. 또한 지속적인 국가실행과 UN총회에서의 일련의 결의를 통해 1980년에 이미 인류공동유산원칙이 명실상부한 국제관습법의 지위를 획득하였다고 주장하였다.
Yongming (2005)은 인류공동유산 원칙의 규범적 연원(淵源)이라 할 수 있는 유엔 총회 결의 제2749호, 즉 ‘국가관할권 한계 이외의 해저·하층토를 지배하는 원칙 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도적 지지에 주목하였다. 그는 해당 선언이 채택된 이후에도 유엔 산하 기구는 물론, 다양한 국가 그룹과 국제기구들에 의해 규범적 준거로서 지속적으로 원용되어 왔다는 사실에 입각하여, 인류공동유산 원칙의 정립을 뒷받침하는 ‘일반적 관행’과 ‘법적 확신’의 실체를 확인하고 있다.
Dingwall (2021)은 인류공동유산원칙 뿐만 아니라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규정들 역시 국제관습법의 지위를 획득하였다고 보았다. Dingwall에 따르면 제137조 심해저와 그 자원의 법적 지위, 제138조 심해저에 관한 국가의 일반적 행위, 제140조 인류의 이익은 이미 국제 관습법의 지위를 획득했다는 것이다. Dingwall은 자신의 주장의 법리적 근거를 조약에 대한 국가들의 광범위하고도 대표성 있는 참여가 관습적 규칙을 창출할 수 있다는 북해대륙붕사건 판결에서 찾았다. UN해양법협약이 절대다수의 국가를 포괄하는 보편적 규범 체제로 안착하였고, 협약 체제 밖에서 이와 궤를 달리하는 유의미한 국가 실행이 거의 관찰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해당 조항들은 이미 조약이라는 명문의 틀을 넘어 일반 국제법의 영역으로 전이(轉移)되었다는 것이 Dingwall의 핵심 논거이다.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국제관습법 지위 획득에 대하여 否定說도 존재한다. 국제관습법으로서 인류공동유산원칙의 부정은 UN 총회결의 2749와 해양법회의가 인류공동유산원칙에게 국제관습법 지위를 부여한다는 긍정설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시작되었다. Goldie (1979)는 1945년 샌프란시스코회의에서 UN총회에게 국제법 제정 권한을 부여하자는 제안이 부결되었기 때문에 UN총회결의 2749 역시 자기집행성(self-exectuing)을 결여하고 있으므로 법적 구속력 역시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보았다. UN총회 결의 2749에 대한 다수국의 찬성이 존재하더라도 이는 법률 문서가 아닌 정책 방침에 불과하므로 인류공동유산원칙에게 국제관습법 지위를 부여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Goldie가 인류공동유산원칙이 국제관습법으로 발전할 가능성까지 완전히 부정한 것은 아니다. 추후 보편적 국제협약을 통해 국제관습법적 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인류공동유산원칙 개념 그 자체의 모호성을 근거로 국제관습법의 지위를 부정하는 입장도 있다. Van Zÿl (1993)은 인류공동유산원칙을 개발도상국들의 정서적 표현(expressing sentiments)이라고 평가하고 나아가 법적 개념으로서 인류공동유산원칙 개념의 미성숙으로 인하여 UN해양법협약이 발효되지 않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Joyner (1986) 또한 국제법에서 인류공동유산의 위치와 본질에 대해서는 상당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모호성을 지적했다.
인류공동유산원칙을 넘어 UN해양법협약 제11부 전체의 국제관습법으로서의 지위를 부정하는 견해 역시 존재한다. Oxman (1993) 역시 심해저 체제를 분쟁해결절차와 함께 기존 국제관습에서 제외하였고, Gamble and Frankowska (1984)는 UN해양법협약 제11부가 설립한 국제해저기구는 UN해양법협약과 이행협정의 당사국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국제관습법이 될 수 없다고 하였고 보았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 대표가 제11부가 국제관습법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한 발언을 들어 제11부가 국제관습법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Harrison (2011)은 UN해양법협약이 국제관습해양법에 영향을 주었지만 이것이 국가의 기속 동의의 필요성을 감소시킨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Harrison 2011) UN해양법회의 의장으로서 협상을 이끌었던 Tommy Koh는 심해저 자원 개발을 규정하는 국제관습법은 없다고 단정했다(Koh 2020).
Churchill et al. (2022) 역시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일부 특히 국제해저기구 설립은 국제관습법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하였고(Churchill et al. 2022), 또한 기구 설립은 관습법이 아닌 성문법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라는 점을 들어 해양법협약 제11부의 관습법적 지위를 부정하였다. Kraska (2025)는 심해저 체제의 일부인 이익공유와 주권적 권리의 불행사는 국제관습법화 되었지만 이를 통해 심해저 체제 전체가 국제관습법화 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국제관습법으로서 UN해양법협약 제11부에 대한 정위(定位)
인류공동유산원칙을 포함한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국제관습법 지위 획득 여부에 대해서는 전술한 바와 같이 肯定說과 否定說이 對立하고 있다. 이 對立은 UN해양법협약 채택 이전부터 현재까지 각 연구자들 속한 시대의 구조적 환경을 투영한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대적 맥락에 대한 통찰 없이 2026년 현재의 시각으로 검토 평가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각 학설이 품고 있는 법리적 정수를 훼손하고 오역할 위험이 있다고 하겠다. 이에 본 논문은 특정 학설에 대한 지지나 비판 보다는 2026년 현재 국제관습법으로서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위치를 실증적으로 정해 보는 정위(定位) 작업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이 정위 작업의 기준으로 본 논문은 국제법위원회(International Law Commission)의 “국제관습법의 결정 제2회독 초안”(Draft conclusions on customary international law, with commentaries, 이하 ‘제2초안’)를 사용하고자 한다.9) 이 문서는 2011년 국제법위원회 제63차 회기에서 주제를 정하고 제64차 회기에 특별보고자 Michael Wood 경을 지명한 후 문서 작성 작업이 개시되었다. 국제법위원회는 2016년 제68차 회기에서 16개의 결론 초안으로 구성된 제1회독 초안을 채택후 2017년 한 해 동안 국가 검토 의견까지 취합하였다(박 2019). 그 후 2018년 국제법위원회는 주석이 포함된 16개 결론을 제2회독 초안으로 채택하고 UN총회에 보고하였다(박 2019). UN총회는 “국제관습법의 결정 제2회독 초안”(‘이하 제2초안)을 결론(conclusion)이라는 형태로 채택되었는데 비록 법적 구속력이 아닌 권고적 성격을 가진 문서이지만(박 2019) 국제법위원회가 보고하고 UN총회가 채택한 문서전문가들의 의견 뿐만 아니라 국가들의 의견까지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본 정위 작업에 가장 적합한 기준이라 하겠다.
일반 관행의 존재
제2초안은 전체 7개 부(part)와 16개 결론(conclusion) 그리고 주석(commentary)으로 구성되어 국제관습법의 성립과 확인을 위한 준거를 제시하고 있다. 기본적 접근 방법론을 다룬 제2부 결론2는 “국제관습법의 규칙의 존재와 내용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법으로 수락(법적 확신감)된 일반 관행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명시하여 국제관습법을 구성하는 두 핵심요소가 ‘법적 확신’과 ‘일반 관행’임을 확고히 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이원적 접근 체계에 입각하여 인류공동유산원칙을 포함한 UN해양법협약 제11부 규정들이 국제관습법 체제 내에서 점유하는 객관적 지위를 실증적으로 정위해 보고자 한다.
제2초안 결론4 제1항은 “국제관습법의 구성요소로서 일반 관행”의 요건으로 “일차적으로 국제관습법 규정의 형성, 표현에 기여하는 국가 실행”이라고 명시하여 일반관행의 존부 결정에 있어 국가 실행이 일차적 판별 기준임을 명시하였다. 결론 5는 국가 실행의 범위를 명시하였는데 이 국가 실행을 “국가의 집행, 입법, 사법 또는 여타 기능의 행사에 관계없이 국가의 행위”라고 하였다. 그리고 주석에서 행정, 입법, 사법부임에 상관없이 “국가의” 행위라면 국가 실행에 해당한다고 부연 설명하고 있다. 덧붙여 사인의 행위도 그 사인이 국내법에 의하여 지위를 가지고 정부 당국의 요소를 실행하는 경우 국가의 행위가 될 수 있다고 하여 국가 실행의 범위를 넓혔다. 결론 6은 국가 실행의 양태를 서술하였는데 물리적 행위, 구두 행위 그리고 특정한 경우의 부작위도 실행의 양태에 포함시켜 국가 실행의 외연을 확장하였다.
결론7은 국가 실행의 평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결론7 제1항에 의하면 국가 실행 평가는 특정 국가의 모든 이용 가능한 실행을 고려하여 전체로서(as a whole)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대하여 국제법위원회는 주석에서 개별이 아닌 전체로서 평가되었을 때 그 국가의 입장이 결정될 수 있다 설명하였다. 그리고 제2항은 특정 국가의 실행이 가변적 형태를 보이는 경우 제반 사정에 따라 해당 관행에 부여되는 증거로서의 비중은 감쇄될 수 있음을 명시했다. 제2항과 관련하여 주석은 국가관행이 일관되지 않은 경우의 예로 국가내 기관별로 상이한 실행을 보이는 경우를 들었다. 이 역시 실행의 판단에 있어 국가 전체 실행을 고려하는 국제법위원회의 태도와 일치한다.
일반 관행의 판단에 있어 핵심인 일반성은 결론8 제1항에 명시되어 있다. 결론8 제1항은 국가 실행은 일반적이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이 일반성은 “충분한 광범위성과 대표성” 그리고 “일관성”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제시하였다.10) 주석은 ‘충분한’이라는 용어가 가지는 맥락 의존성을 강조하고, 특정 실행에 참여하는 국가의 필수적인 수와 분포가 추상적으로 확정될 수 없음을 밝혔다. 그리고 일반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보편적 참여(universal participation)가 요구되는 것은 아니며, 모든 국가가 참여했음을 보여줄 필요도 없음을 부연하였다. 그러나 국제법위원회는 일반성 판단에 있어 필수 요소로서 규범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특별이해당사국(“specially affected States”)의 참여 여부를 강조했다. 국제법위원회는 ‘충분한’을 통하여 일률적 기준보다는 맥락에 따른 다른 판단이 필요함을 명시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국제법위원회가 일반성 판단에 있어 필수 요소로서 제시한 특별이해당사국(“specially affected States”)의 참여 여부이다. 일반성을 충족하기 위하여 보편적 참여를 요구하지는 않았으나 규범 형성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특별이해당사국의 참여를 지목한 것은 산술적 평가가 아닌 맥락에 기반하여 국제관습법 존부를 확인하려는 국제법위원회의 태도가 베어나온 것이라 하겠다.
일반성 판단의 또 축인 일관성에 있어서도 맥락을 중시하는 국제법위원회의 유연한 기준은 유지된다. 국제법위원회는 일관성의 기준을 완전한 일관성(complete consistency)이 아닌 실질적 또는 상당한 균일성(virtually or substantially uniform)으로 설정하였다. 나아가 규칙의 위반도 반드시 일관성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규칙을 위반한 국가가 위반 사실을 부인하고 규칙 자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경우 이것은 일관성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것이 국제법위원회의 의견이다.
결론8 제2항은 일반성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축인 시간적 요소를 언급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실행이 일반성의 요건을 충족하는 한, 국제관습법 성립을 위한 특정한 지속 기간은 요구되지 않는다 밝혔다. 주석은 비교적 단시일에 이루어지는 일반 실행이라 할지라도 국제관습법 지위 획득에 장애가 되지 않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일반 실행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 흘러야 한다고 밝히며 “즉각적 관습(instant custom)”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시간적 요소에 있어서도 국제법위원회의 맥락을 고려한 상대적 기준을 적용하면서도 이 본질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이 투영된 결과라 하겠다.
제2초안의 결론과 주석을 준거로 할 때 UN해양법협약과 제11부 규칙들에 대한 일반 관행의 존재는 실증적으로 확인된다. 주요 쟁점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결론5, 6에 명시한 국가실행의 범위와 양태의 문제이다. 현재 170개국의 국가가 UN해양법협약 제11부 체제에 가입하여 국제해저기구의 회원국으로서 국가의 행위로서 외교활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UN해양법협약 제11부 체제 안에서의 외교 행정 및 입법 행위는 2초안이 명시한 범위와 양태에 부합한 국가 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미국에게도 적용되는데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 서명, 미비준, 국제해저기구 옵저버 참석, 심해저경성자원개발법 제정, 행정명령 14285호 공포는 모두 미국의 국가 실행에 해당한다 하겠다.
둘째 상술한 국가실행을 결론7 평가 기준에 투영하면 미국의 국가실행은 결론 7 제2항에서 언급된 가변적 형태의 국가실행에 해당함이 자명하다.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의 서명 후 미비준은 행정부와 입법부간의 충돌로 일어난 국가 기간간의 상이한 실행에 해당한다. 전체로서 연혁적으로 미국의 국가 실행을 평가하더라도 미국의 국가 실행은 가변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그 이유는 국제해저기구에 참석한 미국은 개발규정 논의에 참석하면서도 최근에 이르러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관습법 지위를 부정하는 발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므로 미국 국가실행의 증거적 비중은 현저히 감쇄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 하다.
결론 8이 요구하는 ‘충분한 광범위성, 대표성, 일관성’의 충족 여부 역시 실증적 지표를 통해 긍정된다. 171개국과 EU가 참여하는 ISA의 관행은 주석이 설명하는 ‘충분한’의 문턱을 이미 넘어섰기 때문이다. 제2초안에서 언급한 특별이해당사국의 참여에 대한 고려를 하더라도 이 결론은 변함이 없다. 심해저 광물개발의 기술력이나 자본에 있어 미국은 특별 이해 당사국임이 틀림없으나 특별이해 당사국의 범위는 단순히 심해저 광물 탐사와 개발을 위한 기술 과 자본을 소유한 국가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심해저 광물 탐사 및 개발로부터 영향을 받는 심해저 광구 인근 국가인 태평양 도서 국가들, 심해저 광물 개발로 인하여 경제적 영향을 받는 광업 국가들 역시 대거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심해저 탐사와 개발이 가능한 국가들이 국제해저기구와의 계약을 통하여 탐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개발 규정 논의에도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특별이해당사국의 참여는 충분히 성숙되어 있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일관성의 측면에서, 미국의 비준 거부나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않은 축소조약체제(Mini-treaty) 설립 시도 등은 국제 사회 전반이 공유하는 “실질적 또는 상당한 균일성”을 훼손하기에는 그 법적 밀도가 부족하다. 일국의 비준 거부 또는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않은 축소조약체제의 설립 시도를 일관성의 훼손으로 보는 것은 “실질적 또는 상당한 균일성” 기준이 아닌 “완전한 일관성”을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국제법위원회의 태도와 상반되기 때문이다. 또한, 국제해저기구 설립 이후 32년이라는 시간이 경과한 점을 고려할 때, 이는 국제법위원회가 경계한 ‘즉각적 관습(instant custom)’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 동안 축적된 제도적 실행은 국제관습법으로 결정화되기에 충분한 시간적 자양분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상의 고찰을 종합하건대, UN해양법협약 제11부 규범 체제는 국제관습법의 성립 요건인 ‘일반 관행’의 임계점을 이미 상회한 단계에 정위(定位)한 것으로 평가된다. 비록 미국의 독자적 행보가 규범적 균열을 야기하는 듯 보이나, 결론 7에 따른 평가 결과 미국의 실행은 내부적 분절화와 정책적 굴절을 노정하는 ‘가변적 관행’으로 국제관습법 형성의 저지선으로서 갖는 법적 비중은 현저히 감쇄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특별이해당사국을 고려하더라도 기술 보유국, 연안국과 육상 광업국이 모두 참여하고 있는 현재의 국가 실행은 충분한 광범위성과 대표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ISA 발효 이후 32년이라는 시간적 성숙을 거친 제11부 체제는, ‘실질적이고 상당한 균일성’을 견지하며 국제 사회의 일반 관행으로 안착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법적 확신
결론9 제1항은 “국제관습법의 구성요소로서 일반 관행이 법적 확신을 수반해야 한다는 요건은 당해 관행이 법적 권리의식 또는 의무감에 기인하여 이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11) 고 설명한다. 이어 제2항은 “법으로 수락된 일반 관행(법적 확신)은 단순한 관용(mere usage)이나 습관(habit)과 구별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12) 제1항과 제2항은 법적 확신에 있어 국제관습법 생성의 주체인 국가가 국제관습법을 명확히 인식한 상태에서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태도로 보인다. 이러한 태도는 주석에서 더욱 선명하게 부각된다. 국제법위원회는 법적 확신은 반드시 조약이 아닌 국제관습법 자체에서 유래하는 법적 권리와 의무에 대한 인식에서 발현되어야 한다는 것을 공고히 하였다. 나아가 국제법위원회는 조약과 관습법이 교차하는 영역에서 국가의 인식을 판별하기 위한 세밀한 심사 기준 역시 제시한다. 첫째 국가가 협약과 국제관습법 양쪽에 해당하는 규칙을 이행한 경우와 이행 행위만으로 관습법에 대한 법적 확신이 자동적으로 추정되지 않고 별도의 입증이 요구된다. 둘째 이와 대조적으로 당해 조약에 구속받지 않는 비당사국으로서 협약을 이행한 경우 이는 해당 규칙을 국제관습법으로 수락한 것으로 본다고 결정하였다.
그러나 국제법위원회는 주석에서 엄격한 법적 인식 기준에 현실적 타협안을 제공한다. 그것은 특정 규칙을 모든 국가가 국제관습법으로 승인 하였음을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반대가 전무하거나 미미한(no or little objection) 가운데 도출된 광범위하고 대표성 있는 수락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하지만 당해 관행이 법으로서의 수락을 수반했는지의 여부를 두고 국제사회 구성원 간에 첨예한 대립이 존재하는 경우 법적 수락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다시금 법적 수락의 기준이 지나치게 완화 되는 것을 방지하였다.
결론10은 국제관습법의 주관적 요소인 ‘법으로서의 수락(법적 확신, opinio juris)’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의 형태를 규정하고 있다. 법적 확신은 본질적으로 국가의 내심(內心)에 존재하는 주관적 인식의 영역이므로, 이를 외부의 객관적 증거를 통해 규명하는 작업은 당해 관행의 국제관습법 지위를 정함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가늠자가 된다. 제1항은 법적 확신에 대한 증거는 광범위한 형태를 띨 수 있다고 결론지어 법적 확신의 증거에 대해서 국제법위원회의 유연한 태도를 보여준다.
제2항은 법적 확신을 입증한 증거의 예시를 제공하는데 여기에는 “국가를 대표한 공개 성명”, “정부 간행물”, “정부의 법률 의견”, “외교 서한”, “국내 법원의 판결”, “조약의 규정”, “국제기구 또는 정부간 국제회의에 의해 채택된 결의와 관련된 국가의 행위 등”을 들었다. 국제법위원회는 제2항에서 제시한 증거한 예시 중에서 국가를 대표한 공개 성명이 해당 실행이 국제관습법 허용, 금지 또는 의미라는 것을 밝히는 경우 가장 명확한 증거가 된다고 강조하였다. 이 성명은 다자회의에서의 토론, 입법 초안의 제안, 법원에서의 서면 또는 구두 변론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석은 덧붙였다. 또한 또한 국내 입법 역시 법적 확신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하였는데, 특히 국제 관습법 상 의무 또는 국제관습법 효과를 발생하는 언급이 있을 경우에 증거가 된다고 서술하였다.
결론10에서 가장 주목해야 부분은 제3항이 제시한 부작위의 증거력이다. 동 조항은 “당해 국가가 반응할 수 있는 위치(position to react)에 있었고 제반 사정이 어떠한 반응을 촉구(called for)하였는데 그 국가가 특정 관행에 대하여 시간이 경과 하여도 대응하지 않은 부작위(failure to react)가 법으로서의 수락(법적 확신)에 대한 증거로 원용될 수 있다.”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국제법위원회는 부작위가 바로 법적 확신으로 귀결되는 것을 우려하여 제3항은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고 주석에서 설명한다. 첫째 반응이 촉구되어야 한다. 이것은 특정 실행이 해당 국가의 이익 또는 권리에 영향을 미친 경우를 의미한다. 두번째 국가가 반응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반응할 수 있는 위치는 국가가 해당 실행을 알고 있었고, 국가가 반응할 수 있는 합당한 시간을 가졌을 때 성립한다.
제2초안 결론 9와 10에 근거하여 UN해양법협약 제11부에 대한 법적 수락 여부의 정위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결론9의 핵심은 국가가 당해 실행을 ‘국제관습법’이라는 법적 확신 하에 이행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 국제해저기구의 회원국들이 UN해양법협약 제11부 규칙들을 이행하는 것은 협정상 의무를 이행하는 것인지 국제관습법의 규칙으로서 이행하고 있는지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이렇게 협정과 관습법의 교차점에 대한 국제법위원회의 입장을 투영하면 각국이 관습법으로서 UN해양법협약 제11부를 실행하고 있다는 별도의 입증 또는 이행협정에 구속받지 않는 비당사국의 이행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국가들이 협정상 준수 의무가 없는 상황에서 UN해양법협약 제11부 규칙을 이행한 바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UN해양법협약 제11부는 발효되기 이전에 제11부를 이행했던 국가 실행은 찾기 쉽지 않다. 인류공동유산원칙을 비롯한 UN해양법협약 제11부가 국제관습법으로 존재하고 있었다는 주장은 있었으나 제11부에서 규정하는 “심해저”와 “자원”을 인류공동유산원칙으로 보고 제11부와 무관하게 관습법상 의무로 인지하고 이를 실행한 국가는 찾기 어렵다. 따라서 국가들은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은 국제관습법으로서가 아니라 협약의 의무에서 유래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러한 입증의 어려움 속에서 오히려 비당사국이 UN해양법협약 제11부를 결론10에서 규정한 법적 확신의 객관적 증거의 한 형태인 국내입법으로 ‘법적 확신’을 보여준 예를 미국 심해경성자원개발법에서 찾을 수 있다. 심해저경성자원법은 그 목적이 심해저 경성광물자원이 인류공동유산이라는 원칙에 법적 정의를 부여하고, 국제사회와의 이익공유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이러한 목적 조항은 제1442조 “미국에 대하여 특정 국제협정이 발효되는 경우...당해 국제협정과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효력을 가진다”로 제1472조에서는 “심해저이익공유신탁기금(Deep Seabed Revenue Sharing Trust Fund) 설립”을 통하여 실체화 되었다. 이는 UN해양법협약과 이행협정의 당사국이 아닌 미국이 동 협약과 협정의 규칙을 국내 입법을 통하여 이행한 것으로 미국이 법적으로 수락했음의 증거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제2초안 결론9와 결론10을 통해서 판단하건대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규칙을 국제관습법에서 유래하는 법적 권리와 의무로 인식한 법적 확신의 존재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다수의 국가들은 UN해양법협약 제11부 규칙들을 협정상 권리와 의무로서 이행 한 것으로 보이며 이를 국제관습법상 규칙으로서 이행했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입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심해저경성자원개발법이 조약상 의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규칙을 이행한 사례가 된다고 하겠으나 특정 규칙을 협약이 아닌 국제관습법으로서 승인하였음에 대한 광범위하고 대표성 있는 수락의 요건을 단일 국가의 입법례만으로 충족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국제관습법 반영 여부
법적 수락 여부의 판단에서 각 국가가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규칙을 국제관습법이 아닌 협정상 의무로서 이행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이는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 발효 이전 국가 실행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2초안 결론 11은 “조약 체결 이전에 생성되기 시작한 국제관습법 규칙이 결정화된 경우” “법으로 수락된 일반 관행을 야기함으로써 새로운 국제법 규칙을 생성한 경우”에 해당 조약이 국제관습법을 반영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는 UN해양법협약 제11부가 체결 이전에 생성되기 시작한 국제관습법 규칙을 결정화한 경우 또는 법으로 수락된 일반 관행을 야기하여 새로운 국제관습법 규칙을 창설한 경우에는 국제관습법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제2초안 제5부 결론 11 적용은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국제법위원회의 태도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결론 11은 제1항에서 조약은 “조약 체결 당시에 존재하던 국제관습법 규칙을 성문화한 경우”, “조약 체결 이전에 생성되기 시작한 국제관습법 규칙을 결정화한 경우”, “법으로 수락된 일반 관행을 야기 하여 국제관습법의 새로운 규칙을 만든 경우”에 국제관습법 규칙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반영할 수 있다”(“may reflect a rule of customary international law”)라고 명시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조약이 국제관습법을 반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지 조약이 국제관습법을 반영한다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 아닌 것이다. 국제법위원회의 이러한 태도는 주석에서 다시금 확인된다. 국제법위원회는 결론 11에 대한 주석에서 명확하게 표현된 조약 조문들은 국제관습법의 존재 또는 내용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지만 조약은 국제관습법을 창설할 수 없고 존재와 내용을 결정적으로 입증할 수 없다고 국제관습법 존재 확인에 있어 조약의 역할을 엄격히 제한하였다.
국제법위원회는 엄격한 태도는 결론11 제2항에서 재확인된다. 결론11 제2항은 “어떤 규정이 많은 조약에 언급되어 있다는 사실이 필연적으로 조약 규정이 국제관습법을 반영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것이다. 이러한 엄격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국제관습법의 존재 식별에 있어 조약의 역할은 인정하였다. 조약 가입국의 수는 특정 규칙이 국제관습법 반영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조약은 국제관습법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여기에서도 국제법위원회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조약의 경우에도 조약 체결 시점의 정황과 체결 이후 비당사국의 태도가 모두 관련성을 가진다 하여 가입국의 수라는 정량적 단일 기준으로 국제관습법 존재 판단을 경계하였다.
결론적으로 국제법위원회의 결론 11에서의 엄격한 태도는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국제관습법 지위 확인에 명확한 해답을 줄 수 없다. 그 이유는 결론 11이 가지고 있는 한계 즉 “may reflect”로 인하여 결론 11은 결론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확정적 판단을 내리는 기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법위원회의 이러한 엄격한 태도로 인하여 결론 11를 기준으로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국제관습법 지위를 검토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엄격한 기준에 근거하여 판단했을 때 국제관습법의 지위가 확인된다면 이는 강력한 법적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결론11 제1항 (a)호의 국제관습법 성문화의 경우이다. UN해양법협약 제11부가 조약 체결 당시 존재한 국제관습법 규칙을 성문화하였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국제법 위원회는 주석에서 국제관습법 성문화란 기존 국제관습법의 존재를 선언하는 경우라고 설명하면서 이를 판단하는 방법으로 해당 조약내 조문이 국제관습법의 성문화를 명시했는지 혹은 협상 과정에서 기존 관습법을 성문화한다는 발언이 있었는지 여부 확인을 제시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협약상 의무가 아닌 국제관습법에서 유래한 적절하고 광범위하고 대표적인 실행이 있어야 한다고 주석에서 밝혀 UN해양법협약 제11부를 국제관습법으로 실행한 국가 실행이 부재하는 상황에서 제1항(a)에 의한 국제관습법 존재 확인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인류공동유산원칙의 경우 (a)항에 요건으로 하는 적절한 실행을 UN총회 결의에서 찾을 수 있다하더라도 UN해양법협약 제11부 모두가 (a)의 요건을 충족시킨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많은데 그 이유는 제11부는 당시 국제관습법 규칙이 아니었던 요소를 다수 포함하고 있고 실행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두 번째 결론11 제1항 (b)호의 국제관습법의 결정화 여부이다. 국제법위원회는 주석에서 (b)항을 제한적 국가 실행에 기반하여 생성된 조약 규칙을 중심으로 법으로서 승인되는 일반 관행이 결정화된 경우라고 설명하였다. 즉, 조약 규정은 조약 성안 당시에 형성 단계에 있었던 국제관습법 규칙을 공고화하고 더 명확한 정의를 부여하고 사후적으로 당해 관습법 규칙을 반영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그 조약 규정이 법으로서 승인되었고 실제로 일반 관행에 의한 뒷받침을 받는지 여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국제법위원회는 덧붙였다. (b)호의 경우 UN.해양법협약 제11부는 인류공동유산원칙이라는 국제관습법을 구체화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관습법의 지위를 확인의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 성안이전에 UN총회 결의 2749호를 통해 인류공동유산원칙이 국제관습법화 되었다고 가정한다면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은 규정을 통하여 인류공동유산원칙을 명확히 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해저기구 설립, 운영 등 구체적 규칙을 통해 공고히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171개국이 이행협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법으로 승인되고 일반 관행에 의하여 뒷받침되어 국제관습법 결정화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하겠다. 그러나 (b)호 역시 확정적 결론을 가져 오기에는 난점이 존재한다. 우선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이 가지는 태생적 문제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은 UN해양법협약 제11부에 대한 재협상을 통해 탄생하였다. 이로 인하여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은 국제관습법의 결정화가 아니라 국제관습법의 결정화 단계에 있던 UN해양법협약 제11부를 수정한 협정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비판은 결론 11에서 명시한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협정을 지지하는 국가들의 일반관행이 국제관습법상 의무의 이행이 아니라 협정상 의무의 이행이라는 회의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b)호에 의한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국제관습법 지위 확인은 아직도 불확실한 영역에 정위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세 번째 결론11 제1항 (c)호는 조약이 새로운 국제관습법을 생성했다는 것이 입증된 경우를 다루고 있다. 국제법위원회는 이 (c)호의 과정은 결코 “용이하게 단정되어서는 안된다”고 다시 한번 조약을 통한 국제관습법 식별의 엄격성을 강조했다. 국제법위원회는 이 과정의 경우 “해당 조약 규정의 취지에 부합하는 법적 확신을 수반하는 일반 관행이 관찰되어야 한다”고 설명 하였다. 이는 조약이라는 형식이 있더라도 관습이라는 실체가 실재해야 한다는 국제법위원회의 일관된 태도가 재확인 되는 것이다. 국제법위원회는 조약 당사국이 비당사국에 대하여 취하는 관행, 그리고 비당사국이 당사국에 대하여 또는 비당사국 상호 간에 취하는 관행이 특히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고 풀이하였다. 그 이유는 조약 당사국들 사이의 일치된 행위는 조약상 의무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공동유산원칙의 경우 UN해양법협약 제11부와 관련 없이 이를 준수하는 국가 실행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제11부가 규정하는 구체적이고 제도적인 세부 규칙 전체를 비당사국이 관습법적 의무로 인지하여 준수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국제법위원회 결론11 제1항(c)호의 법리에 비추어 볼 때, UN해양법협약 제11부가 그 자체로 보편적인 새로운 국제관습법을 창설 영역에 진입했다고 정위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하겠다.
미국은 지속적 반대자인가?
UN해양법협약 제11부가 국제관습법으로 지위를 확립하였다 하더라도 국제관습법의 보편적 구속력이 모든 국가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특정 규칙의 형성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반대한 국가 즉 지속적 반대자(persistent objector)에 대해서는 이 국제관습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다수가 관습 형성을 통하여 소수를 규범적으로 강압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적 장치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라는 공동체가 공동체 전체에 적용되는 것은 보편적 규범을 창출하여 규범 기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은 법치주의 관점에서 지향해야 하는 가치이기 때문에 일부 국가의 자의적 방해에 의해 이러한 과정이 부당하게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역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최근 UN해양법협약 제11부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 반대자 지위를 두고 연구자들간의 논쟁이 있다. Kraska (2025)는 최근에 미국이 UN총회 결의 2574(XXIV) Moratorium Resolution에 반대한 점, 1980년 카터 대통령이 서명한 심해저경성광물자원법이 미국 국민이 UN해양법협약 골격 밖에서 상응하는 방법으로 심해저 광물 탐사와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였는 점, 미 상원의 해양법협약 미비준, 국제해저기구 개발규정 논의 과정에서의 UN해양법협약의 국제관습법 지위에 대한 반대 성명이 지속적 요건을 충족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더욱이 행정명령 14285호는 지속적 반대임과 동시에 서명 철회의 의미를 가진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에 반해 Lathrop (2025)는 미국의 지난 55년간의 UN해양법협약에 대한 국가 실행을 고려할 때 미국은 지속적 반대자가 아니라 지속적 지지자였다고 평가했다. Lathrop에 따르면. 미국은 비준하지 않았지만 서명하였으며 이 이전에 미국이 인류공동유산원칙이 심해저에 적용된다는 UN결의 2749(XXV)에 찬성한 점, 심해저경성광물자원법의 목적이 UN해양법협약의 성공적 완성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 동 법이 이익공유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지속적 반대자의 위치를 획득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본 논문에서는 국제법위원회의 제2초안 결론 15 ‘지속적 반대자’를 통해 법적 논쟁을 진단해 보고자 한다. 제2초안 결론 15는 제1항에서 국가가 형성 과정에 있는 국제관습법의 규칙에 반대하는 경우 그 규칙은 그 국가가 반대를 유지하는 한 그 국가에 대항할 수 없다고 명시하였다. 이는 다수가 생성하는 관습이 소수를 강압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다수에 의한 관습 형성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형성 중에 있는(in process of the formation) 국제관습법’에 반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반대자는 반대하고자 하는 규칙이 국제관습법으로 결정화(結晶化)가 이루어지기 전에 자신의 주권적 의사를 분명히 표명하여야 하는 것이다. 국제관습법으로 결정화 이전의 반대라는 점에서 미국은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평가 가능하다. UN해양법협약 채택에 반대한 점 외에도 Kraska가 근거로 든 UN총회 결의 2574(XXIV) Moratorium Resolution에 반대, 심해저경성광물자원법을 통한 축소조약체제의 결성, UN해양법협약 및 제11부 이행협정의 비준 거부 등이 역시 근거가 될 수 있다.
공동체에 의한 소수에 대한 억압은 방지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공동체의 보편적 규범 형성 과정이 소수 국가에 의하여 저지되거나 악용되는 것을 막을 필요도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로 결론15 제2항은 반대의 요건을 엄격히 하고 있다. 지속적 반대의 첫번째 요건은 명확성이다. 주석은 반대가 특정 형태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명시적 언어 수단 즉 구두 또는 서면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 하였다. 둘째 국제적 소통이다. 반대 의사는 내부가 아닌 국제적 소통(communicated internationally)을 통해 이루어져 다른 국가가 이를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반대 의사에 대한 타국의 인지는 반대국의 책임이라는 것이 주석의 설명이다. 셋째 지속성이다. 반대는 지속적으로 국제관습법 결정화 이전과 이후에 모두 유지되어야 한다. 이 지속성의 요건이 충족되기 위해서는 반대 성명이 요청될 때 반대는 다시 표명되어야 하고 반대 성명이 요청될 때 침묵 또는 부작위는 반대 성명 철회로 간주되는 것이다. 그리고 반대국의 전반적인 행보에서 모순 없는 일관성이 유지될 때 지속적 반대자의 법적 지위가 인정된다.
이제 본 논문은 미국이 제2초안 결론15에 근거한 지속적 반대자 지위를 확고히 점유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검토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제2초안 결론 15 제1항의 시기적 요건 즉 미국이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국제관습법 형성 중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표명하였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론 15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미국은 UN해양법협약 제11부 규칙이 국제관습법으로 결정화 되기 이전 시점에 반대를 표시했어야 한다. 이 점에 있어 미국의 UN총회 결의 2574(XXIV) 반대, 1982년 UN해양법협약 채택 당시 레이건 대통령의 서명 거부 행위는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국제관습법 형성 단계, 즉 결정화 이전에 표출된 반대로 평가함에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결론 15 제2항이 요구하는 반대의 ‘명확성’, ‘국제적 소통’, 그리고 무엇보다 ‘지속성’ 요건에서 발생한다. 지속성 요건이 충족되기 위해서는 국제관습법 결정화 이전과 이후 모두 반대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며 반대국의 전반적인 실행에서 모순 없는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이 지속성 요건을 미국에 적용할 때 두 가지 법리적 쟁점이 발생한다. 첫째 미국의 1994년 이행협정 서명에 대한 법적 해석이다. 서명 후 비준을 유보한 일련의 과정을 하나의 ‘최종적 거부 행위’로 포섭한다면 지속적 반대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제법상 서명이라는 독자적 행위가 지니는 의미에 방점을 둔다면, 이는 지속성을 단절시키는 징표로 해석 역시 가능하다. 둘째 미국의 심해저경성자원개발법 입법에 대한 해석의 양면성이다. 동법을 UN해양법협약에 대항한 축소조약체제를 위한 근거로 해석한다면 이는 반대의 지속성을 뒷받침하는 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동법을 UN해양법협약 제11부 이행의 잠정적 조치로 파악한다면 이는 지속성을 스스로 단절시킨 실행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지속성 요건과 관련하여 심해저경성자원개발법에 대한 양면적 해석이 가능한 상황에서 Collins (1981)가 동법을 국내법과 국제법 사이에서 균형을 위한 ‘타협’입법이라고 평가한 것은 시사한 바가 크다. 종합하건대 미국이 제2초안 결론15의 지속적 반대자 지위를 확고히 점유하고 있다고 확정하는 것은 법리적 난제가 산재한다. 그러나 미국이 향후 UN해양법협약 제11부에 대하여 지속적 반대자 지위를 주장하는데에는 규범적 공간이 존재한다고 평가함이 본 쟁점에 대한 현실적 평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6. 결 론
본 논문은 최근 국제해저기구에서 정치적 법적 쟁점으로 떠 오른 미국의 심해저 광물 자원 탐사 개발 정책에 대해서 분석해 보았다. 가장 먼저 미국 심해저 광물 자원 탐사 개발 정책에 변화를 가져온 미국 행정명령 제14285호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았다. 동 행정명령의 세부 내용은 미국이 국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심해저 광물자원에 눈을 돌렸으며 이를 위한 신속한 행보를 행정부와 관련 기관에게 지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결과 관련 법안 개정과 기업들의 참여가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이 행정명령은 UN해양법협약 제11부 체제 바깥에서 작동하는 축소조약체제의 부활을 지향하기 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와의 갈등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예견된 바와 같이 국제사회는 국제해저기구를 중심으로 동 행정명령에 대하여 우려와 반발을 표명하고 있다. 본 논문은 국제사회의 마찰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동 행정명령을 공포한 배경을 세 가지 관점에서 고찰하였다. 첫째 미국과 UN해양법협약 제11부간의 지속적 긴장 관계, 둘째 심해저 개발 규정 채택 지연이 초래한 규범적 공백 상태, 셋째 편중된 핵심 광물 공급망의 편중과 이룰 둘러싼 패권 경쟁의 심화 현황이 그것이다. 이처럼 같이 행정명령 제14285호 공포 배경을 구조적으로 사정(査定)한 이유는 동 문서를 그 연원과 단절된 단독 문서로 한정하여 이해할 때 야기될 수 있는 피상적이고 평면적 이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그 결과 본 논문은 동 행정명령은 상술한 세 가지 요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였고, 이 세 가지 요소를 통해서 행정명령 제14285호의 당위를 이해할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는 곧 행정명령 제14285호에 담긴 미국의 새로운 심해저 광물 자원 탐사 개발 정책은 단순한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미국의 외교‧국방‧경제 수요를 반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나아가 본 논문은 행정명령 제14285호에 대하여 쏟아지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한 검토도 수행하였다. 국제사회의 비판이 국제법에 기반한 것임을 고려하여 본 논문의 검토 역시 국제법에 기반하여 이루어졌다. 현재 국제사회의 비판은 미국의 UN해양법협약 제11부에 대한 서명이 갖는 법적 효력,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국제관습법 지위 획득 여부, 미국의 지속적 반대자로서의 지위 확보 여부로 수렴된다. 이 쟁점들에 대하여 다양한 학설들이 존재함을 고려하여 본 논문은 논의의 객관성을 담보하고자 국제법위원회의 “국제관습법의 결정 제2회독 초안”을 중심으로 쟁점들을 검토하였다.
앞서 수행한 핵심 법리적 쟁점들에 대한 정위(定位) 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조약법의 일반 법리와 UN해양법협약 및 제11부 이행협정에 비추어 볼 때, 이행협정에 대한 미국의 서명 행위를 당해 조약에 대한 확정적인 기속적 동의로 의제 하기 어렵다. 둘째, 제11부 체제의 국제관습법적 지위와 관련하여, 당해 규범은 국제사회의 ‘일반 관행’으로는 일정 수준 안착하였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법적 확신'의 실재(實在)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성의 영역에 정위(定位)해 있다. 나아가 조약 규정의 관습법 반영 여부를 엄격히 심사한 결과, 제11부 체제가 국제관습법의 성문화, 결정화, 생성하였다고 단정하기에는 극복하기 어려운 법리적 난점들이 산재해 있음을 확인하였다. 셋째, 미국의 지속적 반대자 지위 역시, 제2초안 결론 15가 요구하는 반대의 ‘지속성’ 및 ‘일관성’ 요건을 온전히 충족하였다고 확정하기에는 불명확한 요소들이 발견된다.
요컨대, 미국이 온전한 지속적 반대자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점유하지는 못하였으나, 역으로 미국의 서명을 기속적 동의로 간주할 수도 없으며, 제11부 체제 자체 역시 보편적 국제관습법으로서의 지위를 확립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국제법위원회 제2초안의 엄격한 식별 법리에 비추어 판단하건대, 현 단계에서 UN해양법협약 제11부의 규범적 구속력이 비당사국인 미국에게 적용된다고 단정하는 것은 법리적 난점과 실증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고 본 논문은 평가한다.
끝으로 부언할 것은, 본 연구가 핵심 준거틀로 원용한 제2초안이 지니는 규범적 권위와 객관성에도 불구하고 당해 문건 자체는 법적 구속력을 결여하고 있다는 한계이다. 나아가 본 연구에서 주요 쟁점인 국가 실행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하는 가변적 성격을 띠며, 이에 조응하여 국제법 이론 또한 지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그러므로 미국의 심해저 광물 정책에 대한 국제법적 고찰은 특정 시점에 머무르는 단발적이고 정태적(靜態的)인 결론에 안주할 수 없으며, 진화하는 국가 실행의 궤적과 규범의 상호작용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동태적(動態的) 연구로 지속·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